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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자율협약이 되레 대기업 구조조정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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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제개혁연구소 보고서

“협의 결정이라 관치금융 소지 높아

법적 근거 마련해 투명성 높여야”


부실기업 구조조정 지연과 관련해 ‘산업은행 책임론’이 제기된 가운데,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 주도의 선제적 구조조정인 ‘자율협약’이 오히려 대기업(재벌)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라고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24일 산업은행이 채권을 보유한 99개 구조조정 기업을 분석한 ‘자율협약은 선제적 구조조정의 수단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채권단 자율협약 방식이 워크아웃에 비해 결코 선제적 구조조정 방식이 아니고, 오히려 재벌의 구조조정 지연과 불투명한 관치금융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방식인 워크아웃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각각 기업구조조정촉진법과 통합도산법이라는 법적 근거를 갖춘 반면, 자율협약은 법적 근거 없이 채권은행과 부실기업 간 협의로 결정돼 관치금융 개입 소지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보고서는 구조조정 개시 직전 사업연도의 자산 규모를 비교하면, 법정관리 기업의 자산을 1이라고 할 때 워크아웃 기업은 1.25로 큰 차이가 없는 반면 자율협약 기업은 7.14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상조 소장은 “자율협약 기업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기업에 비해 규모가 월등히 크다”며 “재벌은 부실해지더라도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보다 자율협약 방식을 적용 받는 경향이 높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부채비율 200% 초과, 이자보상배율 1 미만(영업이익이 이자를 감당하지 못함)이라는 두 가지 조건에 3년 연속 해당되는 기업이 32.3%이고, 3년 중 2년 간 해당되는 기업이 19.8%로, 두 경우를 합치면 52.1%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이는 부실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구조조정 절차가 시작돼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음을 보여준다”며 “선제적 구조조정이라는 자율협약도 두 경우를 합친 비율이 46.2%로, 법정관리나 워크아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보 부족이 구조조정 절차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훼손하고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개별기업의 공시가 어렵다면 감독당국 차원에서라도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 정보 제공 대상으로는 채권단협약 및 세부 가이드라인, 총 구조조정 대상 기업 수와 업종별 기업 수, 자산 규모, 부채 비율, 주채권은행 분포, 채무 조정 및 신규 자금 지원 내용 등이 제시됐다. 또 자율협약 방식에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서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며, 주채무계열제도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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