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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석유·가스公 통합 등 구조조정 방안 '혹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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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공청회서 개편안 현실성 지적 …산업부 "아직 결정된 것 없어"]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 및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에 전문가들이 혹평을 쏟아 냈다. 면밀한 재무분석이 없는 구조 개편은 해외 자원개발을 포기하는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서울 역삼동 해외자원개발협회에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해외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편방안' 용역 결과를 공개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송태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전무이사는 "현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3곳의 해외 개발 및 사업 역량은 모두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석유공사 구조 개편안의 경우 △자원개발 부문의 민간기업 이관 △별도 자원개발법인 설립 △자원개발 부문의 가스공사 이관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통합 등 등 4가지 안이 제시됐다. 광물공사에 대해서는 △별도 자원개발법인 설립 △자원개발 사업 민간 매각 등 2가지 안이 나왔다.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공개된 개편안에 대해 한 목소리로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공기업의 자원개발 부문의 민간 이관, 공사 간 통합을 통한 구조 개편 등 개편안에 제시된 내용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발표된 4개의 안은 어떤 식으로든 자원개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서,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국가적인 차원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역시 "정부에서 용역을 준 개편안인데도 실제 돈과 관련된 얘기가 없었다"며 "정부의 예산 계획이 없는 개편안은 공기업 경영평가 수준에 그칠 뿐"이라고 꼬집었다.

구조 개편의 당사자인 공기업 관계자들의 항변도 이뤄졌다. 이재웅 석유공사 기획예산본부장은 "가스공사와 합병을 추진하면 일시적으로 재무적인 리스크는 해소될 수 있지만 유가 하락의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며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궤도에 오르려면 공공 중심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기 광물공사 기획본부장은 "민간주도의 자원개발은 현재로선 시기상조라고 본다"며 "국가의 역량과 기술, 지식이 사장화 될 우려가 있으므로 공기업이 일정 부분 자원개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 전문가들도 해외 자원개발에 있어 공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응규 LG상사 석유사업부 상무는 "글로벌 메이저에 비해 공기업의 역량이 미흡하지만 그 역량을 쌓는데는 30년 걸리는 만큼, 그간의 역량이 사장된다면 국가적 손실"이라며 "현재 공공 부분의 이슈가 불거진 것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타이밍이 맞지 않은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이 사업을 확장해야 할 타이밍인데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정부의 에너지 공기업 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 노동조합원 10여명이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정부는 토론회에서 제시된 각계의 의견을 바탕으로 다음 달 최종 구조 개편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오늘 발표된 시나리오로 꼭 가야 하는 것만은 아니"라면서도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다음 달 안으로 최종 결정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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