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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미래 생존 불안’ 한발 먼저 구조조정 나선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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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알짜 자산까지 팔며 자구책 부심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사업 재편

삼성, 전자·금융 중심 ‘선택과 집중’

두산, 매각·통폐합 주력 1분기 흑자

포스코, 95개 계열사 정리…철강 집중


한겨레

주요 대기업 사업 재편 및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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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경제의 최대 이슈는 구조조정이다. 조선과 해운업 등 중후장대한 수주 산업이 채권단 주도의 수술대 위에 오른 가운데 기업별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특히 사업 다각화란 이름 아래 몸집을 불렸던 대기업들은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데서 나아가 알짜 자산까지 팔면서 미래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방위사업 부문을 한화에 넘겼고 롯데에 화학 계열사를 파는 등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고 전자-금융-바이오를 주축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삼성의 ‘선택과 집중’은 세계 경제의 저성장 분위기가 길어지고 공급과잉 문제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재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재벌들이 굉장히 비대해졌지만 일부나마 세계 시장의 흐름을 읽고 대응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두산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최대 경영난을 겪으며 대규모 인력감축까지 나선 두산그룹 계열사들은 올해 1분기 모두 흑자로 전환했다. 두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두산은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1분기에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259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1년 전에 견줘 70% 넘게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34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것에 견주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두산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은 지난 1년여 동안 진행돼온 구조조정의 효과가 컸다. 일부 사업부문을 매각하거나 통폐합하면서 외형은 줄어들었지만 재무구조를 개선시킨 것은 적지 않은 성과로 꼽힌다. 김장원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의 경우 사업부문 매각에 따른 진통과 구조조정 여파가 혹독했지만 크레딧(신용) 해소 방안을 재무개선에 맞춰 신속히 진행한 대표적 사례로 꼽을 만하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산그룹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두산은 핵심 자산을 팔고 고비용 구조를 줄이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2014년 케이에프시(KFC)와 두산동아를 시작으로 2015년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부, 올해 두산건설 보일러사업부 등을 잇달아 팔았다.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공장은 통폐합했고 벨기에와 브라질 공장은 생산을 중단했다. 김 연구원은 “재무적 부담을 줄여야 하는 과제는 여전하지만, 자산 매각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자회사별로 실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어 부담은 완화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세계 철강 경기 하락 속에 지난해 사상 첫 적자를 낸 포스코는 올해 1분기에 5천억원 가까운 순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철강업 전체가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나온 호실적이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해 5월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전임 경영진과 전 정권과의 유착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였지만 포스코는 강도 높은 경영쇄신을 벌였다. 포스코가 직면한 위기는 정준양 전 회장 시절 벌여놓은 비철강 사업에 대한 진출 등 무리한 확장 경영 탓이 컸다. 이로 인해 외형은 커졌지만 체질은 허약해졌다. 여기에 철강 업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포스코는 크게 흔들렸다.

포스코 구조조정의 핵심은 국내외 부실 계열사 정리였다. 포스코는 내년까지 청산·합병·매각을 통해 95개의 계열사 정리를 목표로 세웠다. 지난해 34개사를 정리한 포스코는 올해도 국내외 계열사 35개사를 정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포스코가 헤쳐가야 할 길은 순탄치 않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철강 본연의 경쟁력 회복이다. 포스코의 1분기 실적에 대해 전문가들은 턴어라운드(실적 회복) 했다고 보기에 이르다고 진단한다. 매출 하락 속에 수익성이 호전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이다. 한유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때 사업 다각화를 명분으로 외형을 키웠으나 철강 산업에서의 경쟁력까지 훼손하고 말았다. 이제 관건은 사업구조 혁신과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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