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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구조조정 실탄 어떻게…한국판 양적완화 vs 법인세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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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4ㆍ13 총선 이후 사그라들던 ‘한국판 양적완화’의 불씨를 되살렸다.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필요한 ‘실탄’을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양적완화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는 게 박 대통령의 구상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로 추진력을 잃은 상황에서 야당이 반대하는 양적완화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기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양적완화에 대해 “긍적적으로 검토를 해야 된다는 입장”이라면서 “그런 방향으로 추진이 되도록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한은의 발권력을 이용해 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찍어낸 돈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법인세 인상 등에 대해 “세금을 올리는 문제는 항상 마지막 수단이 돼야 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히며 증세보다는 한은을 통한 구조조정 재원 조달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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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양적완화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강봉균 전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 공약으로 내놓은 정책이다. 중앙은행인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해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가계부채를 해소하자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한은이 산업은행의 산업금융채권(산금채)와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직접 인수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총선 결과 여소야대 정국이 조성되며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였지만, 정부가 조선ㆍ해운ㆍ철강ㆍ건설ㆍ석유화학 등 이른바 5대 취약업종의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양적완화 구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새누리당이 20대 국회에서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다.

현행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한은은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한 채권만 직접 인수할 수 있으며 산금채나 MBS를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수출입은행에만 출자할 수 있도록 발권력을 제한하고 있다. 이를 고치면 한은이 산은에 출자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다만 야당의 반대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야당은 양적완화로 찍어낸 자금이 부실한 대기업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해왔다. 한은의 독립성 훼손이나 발권력 남용 등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금융당국도 ‘강봉균표’ 양적완화를 그대로 추진하는 데는 부정적 입장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6일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 직후 “유동성 확보를 위한 양적완화가 아니라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자본금을 확충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가능한 대안으로는 정부가 산금채에 대해 보증을 서서 한은이 인수할 수 있게 돕는 방식이 거론된다. 한은의 금융중개지원대출 대상을 중소기업에서 구조조정 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한은은 양적완화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한은 측은 박 대통령의 양적완화 긍정 검토 발언 직후 “구체적인 요청이 오면 한은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논의해 보도록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2일 금융협의회에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신용경색 등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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