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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엄청 착했던 하나뿐인 내 아들”… 시청역 참사 유족들 ‘눈물의 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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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떠나보내는 유족들, 깊은 슬픔 속 장례식

사고 현장엔 국화 꽃…시민들 줄잇는 애도 물결

헤럴드경제

지난 1일 밤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교차로 사고현장에서 한 시민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헌화를 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4명(중상 1명·경상 3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은 병원 이송 도중 사망했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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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정호원·김민지·차민주·김도윤 수습기자] 서울 시청역 역주행 참사로 희생된 시민 9명의 장례식장 빈소에는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유가족과 지인들의 비통함이 깊게 자리했다. 국화 꽃이 놓여 있는 사고 현장엔 아침부터 이들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애도 물결이 줄을 이었다.

3일 오전 시청역 참사 희생자 7명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조문을 하러 온 가까운 지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유족들은 깊은 슬픔 속에서 이들을 맞이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다 숨진 김모(30) 씨의 빈소에는 김씨의 어머니와 아버지, 배우자가 조문하러 온 기자를 맞았다. 김씨의 아버지는 “하나뿐인 아들이었고, 엄청 착했다”며 “아들은 지난해 10월 결혼을 했는데, 평소 오락을 좋아해서 그걸로 스트레스를 풀라고 말하곤 했다”고 아들을 추억했다. 김씨의 아버지는 말하면서도 계속 눈물을 흘렸다.

그의 옆에 있던 김씨의 어머니도 눈가가 붉은 기운으로 젖었다. 김씨의 배우자는 오전 8시 10분께 입관 절차가 시작되자 얼굴을 손으로 감싸쥐며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김씨의 아버지와 김씨의 20년지기 친구만 입관실로 들어갔다.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다 숨진 양모(30) 씨의 빈소에선 양씨의 어머니가 빈소에 홀로 앉아 오열했다. 그녀는 아들의 영정사진을 보며 끊임없이 애끓는 심경을 나타냈다. 양씨의 남동생이 상주 띠를 두르고 빈소에 들어오자 양씨의 어머니는 또 다시 눈물을 터뜨렸다. 양씨의 친척들은 조카의 황망한 죽음 앞에 넋을 잃었다. 양씨의 외삼촌은 “조카는 늘 건강하고 성실했다. 주말에는 알바를 하고, 매일 운동을 했다”며 “사고 소식 들었을 때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에서 올라 온 양씨의 매형과 사촌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양씨의 사촌형은 “40년 경력 운전자가 이런 사고를 실수로 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과거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때 육촌 사촌형의 자녀가 죽었다. 사촌형은 늘 잊을만 하면 관련 뉴스가 나온다고 힘들어 했는데, 앞으로 급발진 사고가 발생할 때면 이번 사건이 계속 소환될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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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시청역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에 조문객이 대기하고 있다. 정호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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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으로 근무하다 숨진 이모(54) 씨와 박모(42) 씨의 빈소에도 직장 동료 등 조문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씨의 백발 노모는 기력 잃은 목소리로 “이 엄마 어떻게 살라고, 날 두고 이렇게 가면 어떡하니”라며 통곡했다. 그녀의 옆에는 이씨의 아들로 보이는 어린 손자가 할머니를 대신해 묵묵히 조문객들을 맞았다.

이날 오전 헤럴드경제가 찾은 서울대병원 안 빈소는 엄숙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장례용품 전시실 관계자인 60대 이모 씨는 “승용차 하나로 9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형버스 사고가 나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현재 장례식장 분위기가 비교적 조용한 상황이다. 영등포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이)진이 다 빠지셔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에는 서울시청 공무원 김모(52) 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김씨의 첫째 형은 가해 운전자에 대한 원망스러움을 토로하며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그는 “이번 사고가 차량 급발진일 확률은 10프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저도 올해 68세다. 나이가 들 수록 감각이 확실히 둔해지는 걸 느끼는데, 브레이크 밟는다는 걸 잘못해 엑셀을 밟은 경험도 있어 운전을 더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는 고령인 가해 운전자의 중대한 과실로 발생했다고 본다”며 “엄벌을 통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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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7시 시청역 역주행 참사 희생자 유모(31) 씨의 빈소가 마련된 연세 세브란스 장례식장. 차민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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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서울시청 공무원 윤모(31) 씨의 빈소에는 윤씨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상태로 조문객을 맞았다. 그 옆에는 고인이 된 윤씨의 지인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켰다. 윤씨의 유족들은 “평소처럼 출근하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마지막이 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른 아침 조문을 하러 온 윤씨의 직장 동료는 “근면 성실하고 스마트하시고, 업무에 늘 적극적이었다”며 “가끔 식사도 하며 고인을 마주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이번 참사는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께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검은색 승용차가 역주행 돌진해 보행자들이 있는 인도를 덮치면서 발생했다. 사고 발생 시간은 저녁 식사가 끝난 뒤 퇴근하는 직장인이 몰리던 때였다. 이 사고로 길을 걷던 시민 6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진 3명도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숨진 9명 가운데 4명은 시중은행 직원, 2명은 서울시청 공무원, 3명은 대형병원 용역업체 소속 직원으로 파악됐다. 현재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사망자 7명의 빈소가,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 각각 사망자 1명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이들의 발인은 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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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시청역 역주행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국화 꽃과 추모의 편지들이 놓인 사고 현장에 한 시민이 무릎을 꿇고 애도를 표하고 있다. 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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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참사 현장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시민들의 추모 행렬도 계속됐다. 3일 오전 30대 희생자 2명의 13년지기 친구라고 밝힌 김모 씨는 국화 꽃이 놓여 있는 사고 현장 앞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꽃이 꼭 제 친구가 대답하는 것 같다”며 고인이 된 친구들을 애도했다. 인근 직장인들은 출퇴근 길에 잠시 들러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명복을 빌었다.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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