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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원세훈 “국정 비판에 반박” 지시 뒤 ‘좌익효수’ 댓글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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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2년 1월부터 한달간 102건

선거댓글 지시이행 가능성 커

기소 안한 ‘노골적 댓글’ 확인


한겨레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4일 오후 공직선거관리법 위반 파기환송심 6차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 법정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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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봐주기 기소’로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국정원 직원 유아무개(좌익효수)씨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 지시’ 이후 선거개입 혐의가 있는 글 100여건을 집중적으로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의 댓글 작성을 국정원의 조직적 활동으로 해석할 수 있는 정황이어서 검찰이 개인적 활동이라는 유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6일 <한겨레>가 확보한 공판 기록 등을 보면, 유씨는 원 전 국정원장이 총·대선 관련 지시사항을 내린 2012년 1월6일부터 한달 동안 커뮤니티 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에 선거개입 혐의가 짙은 댓글을 102건 달았다. 원 전 국정원장은 “총선이 얼마 안 남고 연말 대선도 예정돼 있다. 종북 세력이 국정 성과를 폄하하는데, 각 부서가 잘못된 주장을 반박하라”는 취지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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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는 원 전 국정원장의 지시 이틀 뒤인 1월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찰스는 지도자 상이 아니다. 그냥 착하게 생겨서 호감이 있을 뿐이다. 서울의 박원○이 꼴나기 쉽상이다”고 비방했다. 20여일 뒤인 1월28일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이○○, 청계천 다시 덮을 ○○○야”라고 썼다. 유씨는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댓글도 달았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사대강은 좌빨들의 무덤이다. 초창기부터 반대반대만 외쳐왔으나 결국 스스로 묻혀버렸다”(1월18일),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에 대해 “좌익좀비들은 대한민국이 잘나가는 게 그냥 싫은 좌익수구 세력들이다”(1월8일)라는 댓글을 달았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의 조사 결과, 원 전 국정원장은 매달 한차례씩 주요 실국장이 참여하는 ‘전 부서장 회의’를 열어 4대강 사업과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정현안을 홍보하고 이를 반대하는 야권, 시민단체 등을 종북 좌파로 지목하며 제도권 진입을 차단하라는 등의 업무 지시를 10여차례 내렸다. 유씨는 검찰 조사에서 “(국정원) 내부망에 원장님 지시사항이 있다는 것을 알고 들여다본 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원 전 국정원장의 지시 이후 4대강 사업을 옹호하고, 무상복지 포퓰리즘을 비판하고 이를 추진하는 야당 정치인을 비난하는 댓글을 다수 달았다. 당시 특별수사팀은 유씨의 행위가 국정원장 지시를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본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유씨의 행위를 개인적인 행위로 보고 그를 기소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유씨가 조직적으로 활동했다고 볼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정황만으로 조직적 활동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조직적 댓글활동을 한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이 아닌 대공수사국 소속이었다. 2013년 7월 검찰은 유씨를 포함해 심리전단 소속이 아닌 4명의 국정원 직원을 댓글 수사 과정에서 적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유씨만 입건해 기소하고 나머지 3명은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은 유씨에 대해 선거개입 혐의로 10건의 댓글만 기소했지만, <한겨레> 취재 결과 유씨가 쓴 노골적인 선거개입 댓글들은 수백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씨는 2012년 12월6일 포털사이트 ‘다음’에 올라온 ‘문·안 단독회동…안철수 파괴력은?’이라는 한 기사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비방 댓글을 5건이나 달았다. “안찰수 이게 뭔 ○싸는 소리야. 문죄인이랑 같이 죄인이 되겠다고???”, “구태정치꾼이 되어 가는구나. 정치권력이 그렇게 탐나더냐…” 등이다. 유씨는 또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박 대통령 포스터 관련 글에 “역시 개간지 나는군. 우리의 여황제님이시다. 이번에 뽑고 종신여왕으로 임명하자”는 옹호 댓글을 달았다. 그가 야당 후보에 대한 낙선과 여당 후보에 대한 당선을 동시에 염두에 두고 댓글활동을 편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런 댓글들을 유씨의 기소 내용에서 제외했다.

최현준 허재현 김지훈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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