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정부, 구조조정 압박 강화…인력감축만 있고 실업대책 없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조선·해운 구조조정

정부 ‘산업경쟁력 강화’ 회의

3000명 감원 목표 대우조선에

추가 감원·급여체계 개편 요구

채권단 통해 ‘새판짜기’ 나서

현대중공업, 휴일·연장근로 폐지

“실업자는 노동유연성 높여 흡수”

실업급여 연장 등 안전망은 뒷전

대책없이 실업자 양산하는 꼴


한겨레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구조조정협의체 회의에서 인사말을 한 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경영위기에 직면한 조선업계에 추가 인력감축 등 더욱 강력한 자구계획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한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통해 파생될 실업문제에 대해서는 진전된 대책을 내놓지 않고, 논란 끝에 국회 통과에 실패한 노동관계 4개 법안 처리만 요구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실업대란’의 충격파가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정부는 26일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개최한 뒤, 대형 조선사 가운데 대우조선에 대해 애초 자구계획(3000명 인력감축)보다 강도 높은 인력감축과 급여체계 개편을 요구했다. 5월말까지 경영상황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인력·임금·설비 등 전반적인 대응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도 추가했다.

정부는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주채권은행이 최대한 자구계획을 요구한 뒤 집행상황을 관리하도록 했다. 채권단이 시장 논리를 중심으로 조선업계 ‘새판 짜기’에 나선다는 뜻인데, 자산매각과 희망퇴직 등 기존에 추진됐던 ‘다운사이징’ 노력에 속도를 붙일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채권단의 구체적 요구 수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마련한 자구계획에 따라 3587억원어치 자산을 매각하고 709명을 감원해왔다. 본사 임원을 55명에서 39명으로 줄이고, 조직도 30% 정도 줄였다. 2019년까지 3000명을 감원한다는 애초 목표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추가 인력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인력이나 급여, 비용 등에 대한 추가 조처는 당장 답변하기 어렵다”면서도 “채권단의 추가 요구가 있으면 그에 맞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관련 5개 계열사 대표들도 이날 긴급 담화문을 내고, 위기 극복을 위해 휴일근무와 연장근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안팎에서는 3000명 감원설이 돌고 있지만 이날 담화문에는 인력감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조직, 인력, 관행 등 모든 것을 변화된 경영 환경에 맞도록 원점에서 재검토해 시행하겠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조6천억원의 자산을 매각하고 인력도 1533명을 내보냈다. 삼성중공업도 상시적 희망퇴직으로 2014년에 500명, 2015년에 1000명을 감원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실업대책은 한가로운 수준이다. 정부는 26일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상되는 실업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고용안정, 근로자 재취업 지원 등을 위한 노동개혁 4법의 입법이 시급하다”며 “여야 각 당에 법 개정을 적극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파견법 개정 등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통해 비정규직·파견직 활용 등 노동 유연성을 높여 실업자를 다른 산업 분야로 흡수하겠다는 뜻이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에 실업급여 수급기간 연장 등 사회안전망 대책이 일부 마련돼 있긴 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논란의 대상인 파견법과 고용보험법 개정안 분리 처리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극단적인 갈등 비용이 초래된 쌍용차 사태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며 “이를 피하려면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노동조합을 논의 테이블에 끌어들이는 등의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성장 산업이 눈에 띄지 않는 저성장 국면이어서 노동유연성을 아무리 높인다 해도 대량 실업자를 흡수할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신자유주의 이명박 정부조차 ‘일자리 나누기’를 주도하는 방식으로 실업대란을 막으려 노력했는데,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사람 잘라낼 궁리만 하고 있어 황당하다”며 “전무하다시피 한 사회안전망을 세우기 위한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현웅 김규원 기자 goloke@hani.co.kr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 [인기화보] [인기만화] [핫이슈]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