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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외면당한 조선업 구조조정, 수십조원 쏟은 국책銀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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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수은의 조선업 여신 쏠림 심화…조선업 구조조정 본격화될 때 자본확충 대책 필요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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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수년간 외면당하는 동안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조선업체에 제공해 온 수십조원의 보증과 대출로 진퇴양난에 처했다. 조선업 불황이 길어지며 조선사의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있지만 그간 쏟아부은 돈 때문에 도중에 발을 빼기도 쉽지 않다.

24일 산은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14조6000억원 은행권 금융채무(대출·보증) 중 수은이 8조3000억원을, 산은은 2조4000억원을 제공했다. 대우조선 은행권 채무 중 70%가 양 국책은행에 몰려 있는 것이다.

중소조선사도 다르지 않다. STX조선이 산은에서 차입한 돈은 2조3000억원으로 STX조선 전체 부채의 30%, 총 차입금의 70%다. 성동조선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는 수은은 성동조선에 원화 장기차입금으로만 1조4000억원을 제공했는데 이는 성동조선 전체 원화 장기차입금 2조2000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민간은행들이 수년간 업황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조선업체에서 발을 빼면서 국책은행으로의 '쏠림'은 심화됐다. 쏠림이 심해지면서 해당 조선사의 정상화 가능성 뿐만 아니라 조선사에 돈을 쏟아부은 국책은행의 상황이 구조조정의 변수가 됐다. 해당 조선사의 경영상황이 악화돼 여신분류가 하향되면 충당금이 급증할 수 밖에 없으니 두 국책은행은 가급적이면 해당 조선사를 죽이기보다는 살리는 쪽으로 결정할 유인이 크다.

실제로 수은은 지난해 대손비용으로 2014년 6500억원의 2배에 가까운 1조1000억을 썼는데, 여기엔 성동조선 추가지원의 영향이 컸다. 산은의 대손비용은 지난해 2조8100억원으로 한해전 1조6567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STX조선에 대한 충당금을 새로 쌓으며 STX조선에서만 1조5000억원 이상의 대손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산은과 수은은 STX조선·성동조선 등에 대해 50% 정도의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들 조선사가 문을 닫으면 산은과 수은은 여신전액에 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최소 수천억원에서 조단위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여기에 선수금환급보증(RG) 등 은행들이 조선업체에 지급한 보증 역시 조선업 구조조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RG는 선박이 계약대로 인도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은행이 서는 보증이다. 배가 만들어져 선주에게 무사히 인도되면 RG는 사라지지만, 배를 짓는 도중 조선사가 문을 닫으면 은행이 선주가 조선사에게 준 선수금을 물어줘야 한다. 특히 최근 몇년간 선박 RG를 급격히 늘린 수은은 보증해준 선박 인도에 문제가 생길 때 타격이 클 수 있다. 수은이 RG 등 선박에 보증한 잔액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11조3000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개별기업 회생 지원이 아닌 산업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조선사간 통합 논의가 수면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당장 충당금을 더 쌓아야할 지 모르는 두 국책은행은 자본확충이 불가피하다. 산은의 건전성은 아직 우려스러운 수준이 아니지만 부실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수은은 수천억원의 돈을 정부에서 수혈받는 상황이 매해 반복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 수은의 재정자립도가 떨어질 때 결국 그 재원은 결국 세금"이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이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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