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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국정원장 지시말씀은 전파가능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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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원세훈 ‘전교조 종북’ 발언 명예훼손 아니다” 판결 논란

조현오 전 경찰청장 판결과 배치

법조계 “공연성 더 인정될 사례인데”


법원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전교조 종북좌파 세력’ 발언에 대해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재판장 예지희)는 지난 21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원 전 원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2월~2013년 3월 부서장회의와 국정원 내부 정보망을 통해 전교조를 종북좌파 단체로 규정하는 발언을 했다. 내부 정보망에는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의 형태로 원 전 원장 발언이 소개됐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발언이 공연성(불특정 다수에게 인식될 수 있는 상태)이 없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사실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유포되었다는 공연성 요건이 충족되어야 하며 전파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공연성은 부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발언은) 국정원 내부에 국한해 유포된 것이고, 국정원은 고도의 비밀 유지를 부담하고 있어 외부로 전파될 가능성도 규범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판결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한 판결과 배치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2013년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단 팀장 398명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노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고,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2014년 3월 조 전 청장의 징역 8월 원심 선고를 확정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원 전 원장이 국정원 간부 회의에서 발언한 때는 공연성이 인정 안 된다고 볼 수 있지만, 전 직원에게 그 발언이 전달된 때부터는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전 직원에게 전달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한 강연과 공연성 면에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변호사는 “국정원 심리전담팀이 ‘원장님 지시 말씀’을 기초로 사이버 여론전을 펼쳤다는 점에서 원 전 원장 발언은 조 전 경찰청장 사례보다 더 공연성이 인정되어야 할 사례 같다”고 비판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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