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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한진해운 구조조정 앞두고, 대주주 일가 주식 전량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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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양호 회장, 경영권 포기 밝혀

채권단에 자율협약 신청키로

동생 부인이자 전 CEO 최은영씨

본인·두딸 보유주식 97만주 팔아

부실책임 대주주 ‘도덕적 해이’ 논란


한겨레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한 것으로 밝혀진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현관에 회사 이름이 쓰인 간판이 서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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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포기를 감수하고 오는 25일 채권단에 자율협약(채권단 관리)을 신청하기로 했다. 조 회장이 2014년 4월 제수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지 2년 만이다. 그러나 앞서 최 회장은 본인과 두 딸이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약 97만주(0.39%, 27억여원)를 전부 매각해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 전망이다. 한진해운 부실의 책임이 적지 않은 전 최고경영자이자 대주주 일가인 최 회장이 자율협약 가능성이 높아지자 손실을 피하려 주식을 매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22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한진해운의 한 이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조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그동안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조7천억원 규모의 전용선 부문을 매각하고 대한항공이 4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의 자구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정상화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지난달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조 회장을 만나 사재출연과 경영권 포기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경영권 포기에만 그쳐서는 ‘꼬리 자르기’라는 비난이 일 수 있다.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려면 추가로 뭔가를 내놔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을 결정한 것은 추가 지원에 나설 경우 자칫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이 5조6천억원으로 올해 갚아야 할 이자비용만 3300억원에 이른다. 이로써 조 회장이 한진해운 대표로 취임하면서 밝힌 ‘하늘과 땅, 바다를 잇는 물류종합회사’의 꿈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한진해운은 2014년 경영에서 물러난 최은영 회장과 두 딸 조유경·유홍씨가 한진해운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고 21일 공시했다. 최 회장은 2006년 남편인 조수호 전 회장이 숨진 이후 경영권을 맡았으나 재직 기간 중 무리한 확장 경영으로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자율협약을 며칠 앞두고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한 것은 도덕적 비난을 살 여지가 충분하다. 한진해운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갈 경우 대주주 감자나 채권단 출자전환 등의 자구책이 마련될 수밖에 없어 향후 주가 하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쪽은 “지분 처분 사실을 사전에 전혀 몰랐으며 상의된 바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내부 정부 이용 의혹이 있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홍대선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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