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국정원 주도 인천공항 보안 업무, 협의회 있어도 밀입국 대응 ‘따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무사·경찰·공항공사 등 참여 불구 공조 안돼

·사고 재발해도 CCTV마저 제각각 관리해 구멍



# 지난달 21일 인천공항에서는 국가정보원이 주관하는 ‘인천국제공항 테러·보안대책 실무협의회’가 열렸다. 이날 새벽 중국인 부부가 출국장 문을 뜯고 국내로 밀입국했으나 이 사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환승객 탑승자 명단에 빠져 있는 것을 파악한 항공사의 통보로 43시간이 지나서야 밀입국 사실을 확인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공항경찰대에 밀입국 사실과 인적사항 등을 곧바로 통보하지 않았다. 그사이 중국인들은 충남 천안까지 도주했다가 검거됐다. 경찰은 “밀입국 사실을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전했다.

# 29일 새벽 베트남인 1명이 밀입국한 사실도 12시간 만에 확인됐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산하 대테러상황실에 통보하지 않았다. 공항공사는 보안검색과 청사 내·외곽 경비를 담당하는 특수경비원 등 2500여명을 관리하고 있으나 밀입국자 수색에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에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미탑승 승객 상황 전파가 의무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에는 여객터미널 화장실에서 폭발물 의심 물체까지 발견됐다. 국정원은 긴급하게 오후 6시에 기관장들이 참석하는 테러·보안대책 협의회를 소집했다. 회의에서는 “기관들 간 정보전달 체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니 상호협조를 강화하자”는 얘기 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론만 반복된 회의가 진행됐다. 베트남인은 이미 인천공항을 빠져나가 1일 현재까지도 행적이 묘연하다.

국정원이 인천공항 보안·테러 업무를 주도하고 있지만 기관끼리의 업무 협조는 낙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방항공청은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분기별로 ‘공항운영협의회’를 열고 인천공항 운영 방안 등을 결정한다. 이와는 별도로 국정원은 테러·보안대책 협의회를 주관한다. 대통령 훈령인 국가 대테러 활동지침의 일환이다.

공항경찰대, 기무사, 서울지방항공청, CIQ, 인천공항항공사운영위원회(AOC) 등이 참석한다. 협의회는 매달 열리기 때문에 인천공항 보안 업무는 국정원이 주도하는 셈이다. 그러나 업무 협조는 미비한 실정이다.

공조 미비는 항공기 미탑승 승객 관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항공사는 미탑승 승객이 발생하면 출입국사무소에 통보할 의무가 있다.

출입국사무소는 그러나 각 기관에 상황을 전파하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공항공사가 이 업무를 대행했지만 중국인 부부 밀입국 당시 항공사가 공항공사에는 통보하지 않아 기관들끼리의 업무 협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폐쇄회로(CC)TV 관리도 따로따로다.

인천공항 보안기관 관계자는 “인천공항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은 시설·장비의 문제라기보다는 인천공항을 이끌어가는 운영자의 보안의식 등 보안 관계자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밀입국 사건이 벌어졌을 경우 인천공항 전체 직원들에게 전파되지 않고 몇몇 기관만 공유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한편 인천공항 화장실 폭발물 의심 물체 사건을 수사 중인 공항경찰대는 화장실 주변에 설치된 CCTV 84대의 동영상 녹화분을 분석하기 위해 16명의 전문분석요원을 추가 투입했다. 또 화장실에서 채취한 19개 지문 이외에 추가로 지문을 채취, 신원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