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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온라인을 통해 본 2015년 대한민국은 혐오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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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절망·자학 거침없이 표현…"대상도 성·계급·개인취향 등 복잡해져"

"젊은층에 '너를 이해하고 네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응답해줘야"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온라인을 통해 본 2015년은 혐오사회였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올해 메르스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의심했고 분노했다.

인터넷에는 여성혐오가 넘치고 이에 지친 여성들은 남성혐오로 맞공격했다. 빈 주먹에 흙수저 밖에 쥘 게 없는 이들은 '지금 여기가 지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모든 감정의 기저에는 혐오감정이 깔렸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심리학과 교수는 "절망과 자학을 누군가에게 쉽게 던질 수 있는 SNS(사회관계서비스망)를 통해 거침없는 혐오 표현이 등장한 것"이라며 "예전에는 혐오의 감정이 정부 vs 시민, 지역 등 단순했는데 지금은 성(性), 계급, 개인의 취향 등에까지 훨씬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 공포·분노·의심…세월호와 메르스가 남긴 것들

13일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올해 트위터와 블로그 등 온라인 공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화제의 키워드는 세월호와 메르스였다.

세월호가 가장 많이 언급된 달은 4월(188만3천729회)이었지만 그 외 달에도 30만∼40만 회씩 꾸준히 언급됐다.

세월호 관련어로는 '추모'(11만7천522회)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어 '기억하다'(8만7천933회), '침몰'(8만6천240회), '안전'(7만9천311회)이 뒤따랐다. '분노'도 4만3천883회 언급됐다.

세월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된 키워드인 메르스 언급량은 올초 100여회에서 6월 371만2천272회로 폭증했다.

6월 한 달간 무섭게 확산하면서 하루 수천명의 격리자를 낳았던 만큼 '확산'(15만7천922회)과 '격리'(9만9천509회)가 관련어로 등장했다. 이어 '의심'(9만1천979회), '공포'(7만5천13회), '조심하다'(6만3천416회)도 함께 언급됐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언급은 상반기 5천∼7천 건 수준을 유지하다가 11월 5일 확정고시를 전후해 10월(147만8천684회)과 11월(97만3천282회)에 급격히 치솟았다.

관련어로는 '반대하다'(21만9천101회)가 가장 많았고, '올바른'(10만1천159회), '논란'(4만8천526회), '강행'(3만5천66회), '나쁜'(2만9천619회) 등 순으로 함께 나왔다.

이탈리아 보안업체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했다는 의혹을 받은 국정원의 연관어로는 '의혹'과 '불법'이 각각 11만9천932회, 11만9천423회 언급됐다. 이어 '부정선거'(10만327회), '범죄'(4만2천909회), '논란'(2만4천338회) 등이 뒤따랐다.

◇ "미워하고 미치고"…메갈리아와 헬조선

'김치녀', '된장녀' 등 여성을 혐오하는 인터넷 남성 댓글부대를 미러링(똑같이 따라 함) 한 메갈리아도 올해 화제였다.

연관어로는 '여혐'(2만840회)이 가장 많았다. 이어 '혐오'(1만9천820회), '웃기다'(6천563회), '욕하다'(5천868회), '재밌는'(4천981회) 등이 언급됐다.

많은 여성들은 메갈리아에서 남성들을 공격하는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한 누리꾼이 작성한 "갤러리가 재밌는 이유는 맨날 김치녀 타령하던 남자들이 똑같이 비난당하니 화를 내는 게 웃겨서입니다."라는 글은 2천68회 리트윗됐다.

자신의 노력보다는 타고난 환경이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는 '수저론'도 온라인을 달궜다. 관련어로는 '심하다'(1만5천74회), '어처구니없다'(9천668회) 등이 언급됐다.

흙수저로 태어나 희망이 없는 이들은 대한민국이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와 다를 바 없다며 '지옥'(헬·hell)이라고 토로했다.

이렇게 탄생한 신조어 '헬조선' 관련어로는 '미치다'(2만2천214회), '열받다'(8천290회), '좋지 않다'(7천849회) 등이 언급됐다.

◇ 혐오만 넘쳐나는 세상…희망은 없나

전문가들은 2015년 한국사회를 '혐오사회'라고 정리하면서 자신의 욕망과 노력이 반영되지 않는 사회구조가 사람들 마음속에서 혐오감정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과 교수는 "갑자기 인구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인구절벽' 등 통계적으로 보이는 모든 현실이 한국사회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며 "현실을 극복할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이 팽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이 역군'이었던 부모세대가 먹고살기만 해도 만족했다면 젊은 세대의 욕망은 좀 더 복잡다단해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남과 비교가 쉬워지고 상대적 박탈감도 커진다는 것이다.

심영섭 교수는 "남과의 차이를 내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다는 자학이 외부로 노출되면 누군가를 향한 혐오로 표출된다"며 "희망이 없는 젊은층에게 기업이든, 정부든, 가족이든 누군가는 '나는 너를 이해하고 네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응답해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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