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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번 가뭄은 재난" 시름 깊어가는 충남 서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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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에서 물 끌어올 곳도 없슈"(태안), "저수지 바닥 물골이 보이는 건 올해가 처음"(서산), "저게 낚시용 좌대여? 전원주택이지"(예산)

충남 곳곳이 가뭄 피해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바닥이 보이는 저수지는 예사여서 내년 농사 걱정으로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충남 태안 송현저수지는 거북 등처럼 쩍쩍 갈라진 바닥만 훤히 드러나 있습니다.

바싹 마른 조개껍데기는 무심코 밟으면 바스락 소리를 내며 부서집니다.

안전을 위해 인근에 세워 놓은 '수영·낚시 불허' 안내판의 문구가 무색하게 느껴지고 구조용 인명 구조함도 자리를 잘못 잡은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누적된 하상토를 파내다 중단된 부근의 흙바닥에는 중장비 바퀴 자국만 선명합니다.

주민 이원식(74)씨는 "올해 농사는 어떻게 마무리했지만, 이대로라면 내년이 큰 문제"라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는 "양수기도 멈춘 지 오래"라며 "둑 저 너머는 바다여서 어디에서 물을 끌어올 곳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산의 산수저수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드러난 바닥에는 풀만 가득해 언뜻 보면 녹지처럼 보였습니다.

"저수지 바닥 물골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인근 주민은 "아무래 심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라고 말을 줄이며 심각한 가뭄 상황을 전했습니다.

예산 예당저수지의 낚시용 좌대는 아예 뭍에 드러나 본래의 쓰임새를 잃어버렸습니다.

한 주민은 "멀리서 잘못 보면 전원주택이나 다름없다"며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15일 현재 충남 지역 농업용 저수지의 현재 저수율은 32%로 평년(7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전국적으로도 저수지 저수율은 45%에 불과해 평년치(77%)를 밑돌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비가 와서 평년 수준까지 채워진다 해도 내년 봄 영농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게 정부의 관측입니다.

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특히 충남 8개 시·군 급수를 하는 보령댐의 저수율은 예년 대비 35%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보령댐 급수지역에서는 지난 8일부터 물을 20% 줄여 공급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9일 현재 목표량 4.4톤의 약 81% 수준으로 감량하고 있다"며 "다소 힘들더라도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며 감량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국민안전처는 오늘(21일) 박인용 장관 주재로 예산 대흥면사무소에서 '가뭄대비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했습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비롯해 가뭄 피해를 겪는 지역 자치단체장과 국토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가뭄 대책 관련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는데 가뭄 해갈을 위해선 노후 상수도관 정비와 누적 하상토 준설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한 지자체장은 "가뭄이라는 것은 다른 피해와는 다르게 민심마저 흉흉해진다는 게 큰 문제"라며 "중앙정부에서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보령에서는 없어진 반상회를 오는 26일 군 전체적으로 열어서 절수를 위한 시민 참여를 당부할 예정입니다.

가뭄으로 신음하는 충남에서는 '물 쓰듯 한다'는 표현은 금물이라고 예산에 사는 한 주민(77)은 말했습니다.

"이번 가뭄은 재난"이라는 그는 "하늘만 보면 답답하니 머리를 맞대고 극복 방안을 찾아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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