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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이번 가뭄은 재난" 시름 깊어가는 충남 서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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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저수율 심각…"내년 농사까지 망칠 우려"

연합뉴스

녹지처럼 보이는 저수지 (서산=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21일 충남 서산시 해미면 산수저수지에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나 있다.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10월 현재 전국 저수지 저수율(45%)은 평년 수준(77%)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태안·서산·예산=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우리는 어디에서 물 끌어올 곳도 없슈"(태안), "저수지 바닥 물골이 보이는 건 올해가 처음"(서산), "저게 낚시용 좌대여? 전원주택이지"(예산)

충남 곳곳이 가뭄 피해로 신음하고 있다. 바닥이 보이는 저수지는 예사여서 내년 농사 걱정으로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찾은 충남 태안 송현저수지는 거북 등처럼 쩍쩍 갈라진 바닥만 훤히 드러나 있었다.

바싹 마른 조개껍데기는 무심코 밟으면 바스락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안전을 위해 인근에 세워 놓은 '수영·낚시 불허' 안내판의 문구가 무색하게 느껴졌다. 익수자 구조를 위해 준비한 인명 구조함도 자리를 잘못 잡은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누적된 하상토를 파내다 중단된 부근의 흙바닥에는 중장비 바퀴 자국만 선명했다.

물 빠진 저수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도 벌써 몇 주째라고 인근 주민은 말했다.

이원식(74)씨는 "올해 농사는 어떻게 마무리했지만, 이대로라면 내년이 큰 문제"라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양수기도 멈춘 지 오래"라며 "둑 저 너머는 바다여서 어디에서 물을 끌어올 곳도 없다"고 덧붙였다.

서산의 산수저수지도 상황은 비슷했다. 드러난 바닥에는 풀만 가득해 언뜻 보면 녹지처럼 보였다.

"저수지 바닥 물골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인근 주민은 "아무래 심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라고 말을 줄이며 심각한 가뭄 상황을 전했다.

예산 예당저수지의 낚시용 좌대는 아예 뭍에 드러나 본래의 쓰임새를 잃어버렸다.

한 주민은 "멀리서 잘못 보면 전원주택이나 다름없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15일 현재 충남 지역 농업용 저수지의 현재 저수율은 32%다. 평년(7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국적으로도 저수지 저수율은 45%에 불과해 평년치(77%)를 밑돌고 있다.

이대로라면 비가 와서 평년 수준까지 채워진다 해도 내년 봄 영농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게 정부의 관측이다.

댐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충남 8개 시·군 급수를 하는 보령댐의 저수율은 예년 대비 3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령댐 급수지역에서는 지난 8일부터 물을 20% 줄여 공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9일 현재 목표량 4.4t의 약 81% 수준으로 감량하고 있다"며 "다소 힘들더라도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며 감량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안전처는 이날 박인용 장관 주재로 예산 대흥면사무소에서 '가뭄대비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비롯해 가뭄 피해를 겪는 지역 자치단체장과 국토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가뭄 대책 관련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가뭄 해갈을 위해선 노후 상수도관 정비와 누적 하상토 준설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 지자체장은 "가뭄이라는 것은 다른 피해와는 다르게 민심마저 흉악해진다는 게 큰 문제"라며 "중앙정부에서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보령에서는 없어진 반상회를 오는 26일 군 전체적으로 열어서 절수를 위한 시민 참여를 당부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가뭄으로 신음하는 충남에서는 '물 쓰듯 한다'는 표현은 금물이라고 예산에 사는 한 주민(77)은 말했다.

"이번 가뭄은 재난"이라는 그는 "하늘만 보면 답답하니 머리를 맞대고 극복 방안을 찾아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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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이 아닙니다' (예산=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21일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에 물이 말라 낚시용 좌대가 뭍에 드러나 있다.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10월 현재 전국 저수지 저수율(45%)은 평년 수준(77%)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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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색한 안내문구 (태안=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21일 충남 태안군 송현저수지에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나 있다. 인근에는 안전을 위해 물놀이나 선박 운항을 하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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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저수지 바닥 (태안=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21일 충남 태안군 송현저수지에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나 있다. 곳곳에는 폐사한 조개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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