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가뭄에 농심은 타들어가고 아파트 물탱크는 마르고…"

댓글 6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육쪽마늘 파종시기도 늦춰…아파트 자체단수에 주민 불편

연합뉴스

쩍쩍 갈라진 저수지계속되는 가뭄으로 충남 태안의 주요 저수지 중 하나인 송현저수지 바닥이 쩍쩍 갈라져 있다. 연합뉴스 DB.


(서산=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육쪽마늘을 심어야 하는데 이렇게 가물면 땅속에서 말라버리거나 곯아서 뿌리가 안내려요. 파종을 미루고 있는데 가뭄이 계속되면 지하수를 퍼올려서라도 심어야지요."

육쪽마늘 산지인 충남 서산시 인지면의 나노팜스영농조합 조병국 대표는 18일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넓게 펼쳐진 마늘밭을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다.

연 30∼40t의 서산 육쪽마늘을 생산해온 4만2천여평의 마늘밭에 파종 준비를 마쳤지만 극심한 가뭄에 파종 엄두를 못내고 있다.

조 대표는 "마늘을 심은 다음에 물을 충분히 줘야 뿌리를 내리고 겨울을 날 수 있다"며 "일단 조금 더 기다려보고 지하수와 하천 보의 물을 끌어다 마늘을 심을 계획이지만 겨울까지 이렇게 가물면 내년엔 큰 흉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산시 대산읍 대호간척지의 벼를 수확하는 농민들의 시름도 깊다. 가뭄으로 소금기가 올라와 죽은 벼가 많은데다 수확한 벼도 판매가 어려울 정도로 상품성이 떨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산시 관계자는 "현재 수확되는 대호간척지 벼는 가축사료용으로나 쓸 수 있을 정도로 질이 떨어진다"며 "정부가 이런 벼를 수매하고 가뭄피해를 농업재해로 지정해 농민들이 생산비라도 일부 지원받을 수 있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8일부터 제한급수가 시작된 보령ㆍ서산 등 충남 8개 시ㆍ시군 도시지역 주민들도 생활용수 부족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상수도 수압 조정 등으로 용수공급을 20% 줄이고 절수기 보급, 변기에 벽돌 넣기 등 물 아끼기 캠페인을 하고 있지만 제한급수가 장기화하면서 자체적으로 단수조치를 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847세대가 사는 서산시 예천동 한성필하우스는 16일 오전 10시∼오후 5시 단수를 한데 이어 17일 밤 9시께 갑자기 "물 사용량이 줄지 않아 급하게 단수한다"는 방송과 함께 18일 오전 6시까지 물 공급을 중단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제한급수 시작되고서 서산시가 아파트 물탱크로 물 공급량을 90% 줄였다"며 "16일부터 낮에 7시간 단수했는데도 물이 없어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비상이다. 내년까지 이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 조용순(52.여) 씨는 "낮에는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간다. 먹고 자고 씻고 빨래하는 것을 단수시간에 맞춰야 한다"며 "갑자기 단수되는 바람에 안내 방송을 못들은 사람들은 귀가해서 당황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산시 관계자는 "시립 서산국민체육센터 수영장 문도 닫고 공무원들이 가정을 방문해 절수 방법을 안내하는 등 가뭄 극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상황이 더 악화할 것에 대비해 비상급수시설과 간이상수도의 수질검사를 하는 등 대체수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soyun@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