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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연합시론> 가뭄, 기후변화 관점에서 장기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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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반도가 타들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눈비가 귀해지면서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가뭄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 1월1일부터 10월1일까지 전국의 누적 강수량은 754.3㎜로 예년의 63%에 불과했다. 서울·경기가 43%로 가장 낮고 충남(50%), 강원(52%), 충북(53%) 등도 50% 남짓이다. 기상이변이라고 할 만한 수준이다. 이러니 강화의 31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9.7%, 섬진강댐은 7%까지 떨어졌다. 수확을 앞둔 농작물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식수 공급까지 위태로운 상황이다. 실제로 보령, 서천, 당진 등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에서는 지난 1일부터 사상 첫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국정감사에서 개성공단이 용수 부족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을 보면 북한지역도 가뭄이 심각한 모양이다. 개성지역의 강수량은 2013년 1천406.5㎜를 기록했는데 작년에는 441.8㎜, 올해는 7월까지 371.1㎜에 그쳤다고 한다. 더 큰 걱정은 내년이다. 통상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강우량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상 파종과 모내기 등 일 년 농사를 시작하는 내년 봄 사상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가뭄이 극심한 직접적인 원인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활성화하지 않아 여름 장마 때 비가 많이 오지 않은데다 통상 7∼9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이 올해는 우리나라를 비켜갔기 때문이다. 올해 가뭄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이번만 잘 넘기면 된다는 식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이런 자연재해를 '기상이변'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뭄과 홍수가 잦아지고 있다. 20세기 이후 전 세계 강수량이 20%가량 증가했는데 강우 지역과 시기가 균일하지 않아 홍수뿐 아니라 가뭄도 더욱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연간 강우량은 과거보다 증가하겠지만 비가 특정 시기에 집중돼 가뭄도 더욱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수자원 관리 정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가뭄은 식수 공급 제한, 농산물 가격 급등, 전력 생산 감소, 산업용수 공급 차질 등 국가 전체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준다. 홍수도 마찬가지다. 물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국가 전체가 큰 피해를 보게 되고 이런 상황이 앞으로 한반도에서 일상화할 가능성이 큰 데도 정부의 수자원 관리 대책은 여전히 안이해 보인다. 정부는 국무총리실에 물관리협의회를 만들어 물관리 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삼기로 했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부족 문제가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 틀림없는 상황에서 협의회 수준의 조직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례적으로 발생하는 자연재해는 대응과 수습이 중요하지만 통상적이고 반복적인 자연재해는 예방과 대비가 중요하다. 당장 이번 가뭄을 잘 넘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범국가적 차원의 장기 대책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의 1.6배로 많은 편이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6분의1에 불과하다. 더구나 전체 수자원 총량 중 74%는 바다로 흘러들어 가거나, 증발하고 나머지 26%만 이용할 수 있는 물 스트레스 국가라고 한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물 부족 국가인데도 물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 수준은 매우 낮은 편이다. 국민도 이번 기회에 샤워시간을 줄이고 양치할 때 컵을 사용하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물 절약 습관을 들여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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