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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내년 농사는 어쩌나"…가뭄에 속 타는 강화 농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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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저수율 10% 아래로 뚝…내년 모내기도 장담 못 해

연합뉴스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강화는 논에 댈 강물이 없어. 빗물이 없으면 일년이고 이년이고 농사 망치는 거야."

인천 강화군 농민들은 바짝 마른 고려저수지를 바라볼 때마다 입은 더 타들어간다.

군에서 두 번째로 큰 이 저수지는 올해 극심한 가뭄으로 이미 바닥을 드러내 갈라진 상태다. 그 갈라진 틈에 자란 잡초마저 누렇게 말라가고 있다.

물 최대 저장량이 418만t에 달하는 이 저수지는 연결된 강이 없다. 빗물만이 유일한 물 공급원이다.

강화 다른 저수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군에 따르면 강화 내 31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5월 58%까지 올랐지만 6월 모내기가 끝나자 10% 밑으로 떨어졌다.

매우 저조한 저수율의 원인은 적은 강우량이다. 올해 강화 누적 강우량은 422㎜로 지난 30년간 평균 강우량의 35% 수준이다.

농민들은 강우량 부족 때문에 벼의 품질이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서빈 강화군 양사면 북성리 이장은 "올해 모는 겨우 냈지만 물도 제대로 못 먹은 벼가 잘 여물지 모르겠다"며 "강우량이 너무 적다 보니 콩 등 대체 작물도 키울 수 없는 열악한 실정"이라며 한탄했다.

농민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곳곳에 우물을 파 논에 물을 댔다. 올해에는 다행히 논 1만 160ha 가운데 90㏊만이 모를 내지 못했다.

문제는 내년 농사다.

강화군은 극심한 가뭄이 내년 봄까지 이어지면 군내 농경지 1만160ha의 절반에 가까운 4천775ha는 내년에 모를 내지 못할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올해 가장 가뭄 피해가 큰 양사면·삼산면 농민들의 근심은 깊다.

김성기 양사면 교산리 이장은 "대부분 강화 저수지는 강을 물 공급원으로 두지 않는다. 빗물을 끌어올리거나 가둬서 농수로 사용한다"며 "수년간 써야 할 저수지가 바닥났으니 농민들이 겪을 피해는 불 보듯 뻔할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군은 가뭄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의 고충을 영구적으로 해결하고자 480억원을 들여 경기 김포에 흐르는 한강물을 강화까지 끌어올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포내천에서 북성리까지 15km 길이의 연결 수로를 비롯해 저류지와 농경지를 잇는 7km 길이의 송수관로를 지을 계획이다.

또 100만t의 농업용수를 저장할 수 있는 북성저류지와 양수장 3곳도 신설한다.

군은 이 사업이 완료되면 강화 농경지 곳곳에 하루 4만8천t의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업이 완료되는 2018년까지 3년간은 가뭄 피해가 되풀이될 우려가 크다.

군은 임시로 강화 북부 양사·송해·하점·내가·교동면의 하천과 저수지에 19.9km 길이의 송수관로를 설치, 한강과 연결해 하루 3만6천t의 농업용수를 끌어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상태다.

농민 이모(54)씨는 "가뭄은 강화 농민들의 새로운 근심거리가 아니라 수년간 겪어 온 고통"이라며 "땜질 처방식의 정책이 아닌 장기적인 정책과 실행 의지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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