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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꼬투리 까니 쭉정이만 수두룩" 최악 가을가뭄에 허망한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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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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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투리를 까보면 껍질만 있는 쭉정이만 수두룩해유" 가을 가뭄이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계속되는 가뭄으로 충북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콩, 무, 배추를 비롯해 수확을 앞둔 농작물 피해가 우려됩니다.

일부 산간 마을에서는 식수로 쓰는 계곡물마저 바짝 말라 버렸습니다.

단양군에 따르면 어제(1일) 40㎜ 안팎의 비가 내려 일부 작물의 해갈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됐지만 이미 결실기에 들어선 콩 등 밭작물 피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입니다.

800∼900ha에 달하는 단양군의 콩밭 가운데 상당한 면적에서 가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피해가 심한 지역은 밭 전체가 누렇게 변해 버렸습니다.

이미 콩 잎이 져버린 곳도 적지 않습니다.

열매가 제대로 맺히지 않아 꼬투리를 열어보면 콩알 수가 예년보다 많이 줄었고, 굵기 또한 잡니다.

마늘, 담배, 옥수수 등을 거두고 난 뒤 이모작으로 심은 늦 콩의 피해는 더욱 심각합니다.

단양군은 올해 콩 수확량이 20∼30%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단양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30% 정도 수확 감소가 우려된다"며 "비가 일주일에서 열흘 전에만 왔어도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김장용 배추와 무도 생육 저하 등 가뭄 피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번에 내린 비가 해갈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불확실합니다.

실제 수확량 감소로 이어지면 다가오는 김장철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급등 등 '김장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무, 배추 농사를 많이 짓는 충주 중앙탑면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가뭄으로 생장 상태가 좋지 않아 곳곳에서 스프링클러를 돌리면서 물을 대는, 마치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계곡물이 마르면서 일부 산간 마을을 중심으로 한 식수난도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단양군의 경우 추석 연휴까지만 해도 어상천·영춘·단성·적성면 등의 6개 마을에 식수를 공급했지만 2일 현재 8개 마을로 늘어났습니다.

충주시도 수안보면 등의 일부 마을에 식수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씨가 마르다시피 한 버섯, 말라 죽어가는 암반 지역의 나무에서도 심각한 가을 가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양군 관계자는 "절벽이나 바위가 많은 곳의 나무들이 타들어 가고 있다"며 "가뭄을 못 이겨 색깔이 벌겋게 변하면서 서서히 죽어간다"고 전했습니다.

가뭄으로 싹을 틔우지 못해 귀해진 송이는 ㎏당 50만~60만원선에 거래돼 서민들은 엄두도 못내는 '그림의 떡'이 됐고, 다른 야생버섯들도 구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가뭄 피해가 올해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부권 가뭄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충주댐은 현재 수위가 125.6m로, 41.3%의 저수율을 기록 중입니다.

예년보다 8m 이상 낮은 수위고 저수량으로 환산하면 평년에 비해 4억 톤 이상 부족합니다.

그나마 한강수계 발전댐과의 연계 운용으로 올해까지는 그럭저럭 버틴다 해도 내년 이후에는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물었던 지난해 10월 1일 수위가 129.2m였고, 그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내년 봄에는 생각보다 훨씬 큰 물부족 사태가 닥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태풍이 오는 시기도 지나고 본격적인 갈수기로 접어들어 큰비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물 부족 문제는 인위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에 한계가 있어 아껴쓰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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