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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세면기 아래에 오리 수납함 두니, 화장실이 놀이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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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친화적인 집 꾸미기

# 1 네 살, 두 살짜리 남매를 둔 박영민(32·서울 마포구)씨는 최근 거실 구조를 바꿨다. TV와 소파를 치우고 테이블 2개를 들여놨다. 여기에서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다. 박씨는 아이들을 마주하고 앉아 컴퓨터로 일을 본다. 24평형 작은 아파트지만 가족은 서재 겸 놀이방을 갖게 됐다. 박씨는 “꼭 함께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한 공간에 있으면 아이들은 안정감을 느낀다”면서 “잠시라도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육아 스트레스도 덜하다”고 말했다.

# 2 경기도 안산에 사는 이정민(35)씨는 3살짜리 딸과 함께 노는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식사 준비를 해야 할 때마다 놀자고 떼쓰는 아이 때문에 난감할 때가 있었다. 최근 주방놀이세트를 들여놓은 뒤로 한결 수월해졌다. 이씨가 “이제 엄마랑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볼까”하고 운을 떼면 아이는 재빨리 장난감 채소를 꺼내 칼로 써는 시늉을 한다. 엄마처럼 재료를 냄비에 담아 장난감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놓고는 손뼉을 치며 좋아한다. 이씨는 “아이를 어른처럼 대접해주면 호기심을 갖고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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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눈높이에 맞추면 집안도 놀이동산이 될 수 있다. 가구 하나, 소품 하나가 아이들에게는 재미를, 가족에게는 추억을 선사한다. 전문가들은 집안을 어린이 친화적으로 꾸미면 가족간 대화시간이 늘어나고 유대감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영애 원광아동상담센터 소장은 “부모가 아이와 함께 집에 있으면 꼭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데,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슨 거창한 이벤트를 해줘야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아니다. 작은 것을 함께하면서 시간을 공유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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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세면대는 엄마·아빠와 나란히 세수하고 양치할 수 있게 해준다. [사진 이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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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주요 선진국 부모의 73%, 어린이(7~12세)의 66%는 서로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를 희망했다.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지난해 한국을 포함해 미국·중국·프랑스 등 12개국 2만9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특히 한국 부모와 자녀는 함께 보내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중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평균 2.7시간으로 세계 평균치(4.5시간)의 60%에 불과했다. 주말에는 다른 나라 가족들은 9.4시간을 함께 보냈으나 한국 가족은 7.9시간에 그쳤다.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집이다. 전문가들은 집을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이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 공간으로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남성의 육아 참여와 가족 문화가 발달한 북유럽에서는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은 아이 눈높이에 맞춰 집안을 꾸미는 게 일상화돼 있다. 이 같은 수요에 맞춰 이케아는 ‘어린이 이케아’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어린이를 위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아동발달 전문가와 협력해 아이들의 운동 능력, 창의력, 사회성 향상을 돕는 제품을 선보인다. 이케아 제품 개발자 니나 휴스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집을 바라보고 어린이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제품을 디자인한다”고 말했다.

이케아는 지난달 서울 논현동 쿤스트할레에서 ‘헤이 홈 투게더’ 전시회를 열고 자녀와 부모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홈퍼니싱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다섯 가지로 제안했다. 창의적인 놀이를 하거나 무엇을 만드는 활동도 좋지만 그냥 가족이 함께 빈둥거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충분히 가치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함께 있기=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온 가족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 서로 다른 일을 하더라도 가족이 한 공간에 모여있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오랜 시간 앉아 있기 위해서는 푹신한 의자가 필수다. ‘포엥 암체어’는 어른용과 아이용 두 가지 사이즈가 있다. 패브릭으로 된 높은 등받이와 탄력 있는 벤트우드 프레임이 몸을 편안하게 받쳐준다. 어린이용 의자는 아이들에게 아지트 역할을 한다. 자기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 모든 것을 함께하기= 북유럽에서는 어려서부터 아이가 스스로 생활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일상을 누릴 수 있다. 어린이용 세면대를 낮게 설치하거나, 딛고 올라설 수 있는 스텝 스툴을 활용해 보자. 혼자 세수하고 이를 닦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면 부모 옆에서 자연스레 스스로 씻는다. 아이들은 작은 것도 어른의 행동을 쉽게 따라 한다. 이케아 ‘푀르식티그 스텝 스툴’은 상단에 미끄럼 방지 커버가 있어 사고 위험을 줄여준다. 세면기 아래에 장난감을 담고, 장난감이 되기도 하는 오리 수납함을 두면 화장실은 놀이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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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침대 4개를 붙이면 온 가족이 함께 쉬고, 잘 수 있는 커다란 침대가 된다. 아이 눈높이에 맞춰 벽면에 후크를 설치해보자. 모자?장난감?동화책 등 자주 쓰는 물건을 걸어두기에 편리하다. [사진 이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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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만들기= 아이들의 창의력은 직접 만지고 만들고 그리면서 커진다. 이케아 ‘몰라 시리즈’ 이젤, 종이장식 세트, 수채화 물감 세트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해보자. 먹어도 몸에 유해하지 않은 성분으로 만들었다. 흔한 책상 서랍 대신 카트를 마련하면 작업실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카트에 크레파스·색연필·스케치북을 넣어 두고 아이들이 집안 어디에나 끌고 다니며 놀 수 있게 하면 공간을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다.

◆ 함께 정원 가꾸기=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보자. 교육 효과도 있고 추억도 남는다. ‘소케르 온실’은 계절에 상관없이 식물을 기를 수 있고 공간이 협소해도 설치할 수 있다. 정원 손질 도구는 선반에 정리해두고, 작업대에 방수 천을 씌우면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다. 화분에 이름을 적어두면 누구 채소가 빨리 자라는지 확인하는 재미도 있다.

◆ 함께 휴식하기= 싱글 침대 4개를 붙이면 온 가족이 함께 쉬고, 함께 잘 수 있는 커다란 침대가 탄생한다. 옛날 단칸방 시절처럼 스킨십이 늘어난다. 낮에는 소파, 밤에는 침대로 필요에 따라 바꿀 수 있는 소파베드는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활짝 펼치면 온 가족이 함께 누워 책을 읽고 음악을 듣기에 좁지 않다. ‘변신 로봇’ 같은 소파베드의 여닫는 과정을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공간 사용도 효율적이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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