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고 격리 해제된 일부 확진자들이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0일 완치 판정 후에도 후유증을 호소하는 피해자 2명을 포함한 메르스 확진자와 사망자 가족 등 34명을 대리해 메르스 피해에 대한 2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메르스 111번 확진자였던 김모(43)씨는 지난 6월 메르스에서 완치됐지만 폐가 딱딱해지는 폐섬유증으로 폐 기능의 20%가 손상돼 운동은커녕 장시간 대화도 불가능하다.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으로 응급실에 6차례 실려갔고, 다리와 눈이 쉽게 부어 야외 활동에 지장이 생겼다. 현재 일주일에 1,2차례 김씨를 치료하고 있는 서울의료원 측은 “메르스로 인한 후유증이 의심된다”고 진단했다.
보험회사 지점장인 김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객을 만나면 최소 두 시간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30분도 힘들어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길을 걷다가도 호흡이 달릴 때가 많아 휴대용 산소 스프레이를 지니고 다닌다”고 말했다. 메르스로 인한 경제적 타격도 만만치 않았다. 메르스로 입원한 지난 6월 9일부터 23일까지 김씨가 근무했던 지점도 격리 폐쇄돼 6,000만원의 영업 손실을 봤지만 정부에서 받은 위로금은 90만원이 전부다. 현재 김씨는 후유증 치료비와 산소 스프레이 구입비 등도 고스란히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그는 “후유증 치료와 진료비 청구를 위해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 청와대 신문고에도 여러 차례 전화했는데 모두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만 했다”며 “끝까지 책임지겠다던 정부나 병원의 말은 모두 거짓”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61번 확진자였던 박모(65)씨는 7월 5일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폐섬유증으로 석 달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박씨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폐가 악화돼 장애진단서까지 받았다. 딸 박모(31)씨는 “오른쪽 폐에 염증이 가득 찼고 오랫동안 누워 있어 근육도 많이 손상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후유증에 따른 정확한 피해 산정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노동력 상실과 후유증으로 인한 보상은 신체감정 결과에 따라 추후 청구하기로 소장에 명시했으며 우선은 감염으로 인한 위자료만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메르스 확산을 막지 못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는 두 번째 소송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번에 처음 소송 대상에 포함됐다. 경실련은 앞서 7월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병원을 늑장 공개해 메르스 조기 차단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장용혁 변호사는 “의료법에 명시된 감염병 관리와 조기진단 의무를 어긴 병원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라며 “소송 과정에서 병원은 물론 국가와 지자체의 대응 부실도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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