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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조희연, 변호인단 바 꾼 뒤 ‘무죄 대신 선고유예’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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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 영주권’참여재판 완패 뒤 2심선 “검증 차원 의혹 제기” 주장

판사는 원세훈 법정구속한 김상환

“일부 유죄지만 악의적이진 않다”

중앙일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4일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만장일치의 유죄 판단으로 당선무효형이 선고됐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선거운동 기간에 나온 조 교육감의 발언 중 재판에서 쟁점이 된 건 두 가지였다. 2014년 5월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개최한 기자회견과 다음 날 당시 조 후보 홈페이지 등에 게재된 ‘고승덕 후보님께 드리는 답신’이라는 글이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조 교육감은 “캠프가 받은 제보에 따르면 고 후보 자신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고 표현했다. 다음 날 고 후보가 반박문을 내자 조 교육감은 답신에서 “캠프에 제보된 다수 증언에 따르면 몇 년 전 공천에서 탈락한 뒤 ‘상관없습니다. 저는 미국 영주권이 있어서 미국 가서 살면 됩니다’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고 썼다.

검찰은 두 발언에 대해 ‘낙선 목적 허위 사실 유포죄’(지방교육자치법 제49조 제1항 위반)를 적용, 지난해 12월 조 교육감을 불구속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두 발언을 하나의 연속된 행위로 봤다. 재판부는 “두 발언은 사실 표명에 관한 것인데 허위 사실”이라며 “진실한지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게을리해 허위 사실 공표에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두 번의 발언을 별개의 행위로 봤다. 재판부는 “기자회견에서 공표된 것은 ‘고 후보가 미국 영주권이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고 후보가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사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영주권을 보유했다고 단정하지 않았고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인정하는 표현이라 허위 사실 공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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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 번째 발언에 대해선 1심과 같이 “고 후보가 공천 탈락 당시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간접 암시하는 형태로 허위 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 “미필적 고의와 낙선 목적도 인정돼 유죄”라고 밝혔다. 하지만 “무분별한 의혹 제기로 유권자들의 판단을 적극적으로 저해한 행위는 아니어서 비난 가능성이 낮다”며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영주권 보유에 대한 표현이 간접적·우회적인 점 ▶반박의 여지가 있었고 최초 제기한 의혹 일부가 사실로 확인된 점 ▶선거 8일 전이어서 반론 및 해명도 가능했던 점 등이 이유로 제시됐다.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는 가정적 표현도 사실의 공표로 보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피고인 측이 새로운 근거를 내지도 않았는데 일반 국민들과 전혀 다른 판단을 했다”고 비판했다.

조 교육감 측이 소송 대응 전략을 바꾼 게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심 패소 후 조 교육감 측은 민변 소속 변호사로 구성됐던 변호인단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민병훈(54·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 중심으로 바꿨다. 민 변호사는 무죄보다는 “혐의가 인정돼도 후보자 검증 차원의 문제 제기로 봐야 한다”며 선고유예 결정을 요구해 왔다.

항소심 재판장인 김상환 부장판사는 “독자적인 증거관에 따라 ‘소신 판결’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항소심에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던 1심을 뒤집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땅콩회항 사건’에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로변경죄’ 혐의에 대해 1심 유죄를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일부 혐의를 유죄라고 보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조 교육감은 선고 직후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교육감직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며 “고 후보에게도 심심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글=임장혁·이유정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선고유예(형법 제59조 등)=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형을 선고할 때 피고인의 반성 등을 참작해 선고를 유예하는 것. 선고유예를 받은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선고의 효력이 사라진다.

임장혁.이유정.오종택 기자 j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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