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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야당 ‘국정원 해킹 특위’ 빈손…민간인 사찰 ‘미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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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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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정원 ‘로그파일 제출 불가’ 고수

핵심사안 진상규명 한계 부닥쳐

내일 기자간담회 갖고 마무리

과거 드러난 사실 재확인 그칠듯

국정원 직원 죽음도 의혹만 남아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을 벌여온 새정치민주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가 이번주 사실상 진상규명 활동을 마무리한다. 해킹 프로그램의 민간인 사찰 의혹의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로그파일(사용기록) 제출을 국가정보원이 강하게 거부하면서 진상규명 활동이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해 국내외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최소 수백건의 해킹을 시도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대북 관련 외국인에 국한됐다”는 국정원의 주장만 남았을 뿐, 실제로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활용했는지는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채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는 19일께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정원이 해킹 프로그램을 구매한 이탈리아 ‘해킹팀’에서 유출된 400기가바이트(GB) 자료의 1차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 사실상 진상규명 활동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자료 분석은 그동안 언론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드러난 사실들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선에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 관계자는 17일 “국정원 자료제출 거부에 진상규명이 막힌 상황으로, 위원회는 제도개선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당초 위원회는 진실규명과 제도개선, 국민안심 등 3가지 목표를 내걸고 출범했다.

위원회가 진상규명에 ‘빈 손’으로 활동을 마무리하게 된 것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야당이 제출을 요구한 6개의 자료(로그기록 등)를 두고 국정원이 대부분 ‘제출 불가’ 방침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정원을 향해 제기되는 의혹은 크게 두 가지로, 해킹 프로그램을 활용한 국내 민간인 사찰 여부와 해킹 프로그램 운용을 담당한 국정원 직원 임아무개 과장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다.

국정원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휴대전화 등을 해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아르시에스(RCS)를 구매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국내 맛집 블로그와 서울대 동창회 명부 등으로 악성코드를 유포한 것이 드러나고,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한 국내 이동통신사 아이피(IP)주소 등이 발견됐지만,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은 대북·대테러용, 국내 아이피는 실험용”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직원 임씨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처음에는 “단순한 기술자다”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임씨가 해킹프로그램 도입을 주도했다”고 말을 바꾸면서 모든 걸 숨진 임씨에게 뒤집어 씌우는 분위기다. 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삭제한 51건의 자료도 대북·대테러용 10개, 실패 10개, 국내 실험용 31개라는 것 외에 구체적 증거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임씨의 죽음을 두고도 사망 현장에 국정원 직원이 있었다는 것, 현장에 출동한 구급차의 블랙박스 28분 분량이 사라진 것 등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안철수 위원장이 “디지털 사건에서 로그파일은 항공기 사고의 블랙박스와 같다”며 해킹프로그램의 국정원 로그파일(사용기록)을 전문가들이 ‘비공개’로 분석해 진위를 가려보자고 압박했지만, 국정원은 기밀 보호라는 정보기관의 특수성을 내세워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한 달이 흘렀다. 새정치연합은 민간인 해킹 여부를 가리기 위해 해킹 프로그램이 설치된 국내 아이피 사용자를 밝혀 달라며 두차례 검찰 고발에 나섰지만, 당 내부적으로도 검찰 수사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위원회는 지난 12일 토론회를 통해 정보위의 국정원 관리 감독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제도개선 방향을 제시하며 ‘출구전략’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당 차원에서 국회 정보위에 청문회에 준하는 진상규명 절차를 요구하고, 특검 도입도 검토할 전망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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