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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사찰’ 규명이 핵심… 정권 심기 거스른적 없어 성과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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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정원 수사 어떻게

▲ 해킹 프로그램 구매 때 불법

증거인멸 ‘윗선’ 등도 밝혀야

댓글사건 때 조직 ‘풍비박산’

황교안 총리의 존재도 부담


새정치민주연합이 23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4), 이탈리아 ‘해킹팀’의 해킹 프로그램(RCS)을 중개·판매한 나나테크를 고발함에 따라 검찰이 국정원 해킹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4일 이 사건을 배당할 예정이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민간인에 대한 불법 해킹이나 사찰이 있었는지, 해킹 프로그램인 RCS를 구입하는 과정에 불법은 없었는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윗선’이 있는지 등을 규명해야 한다.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주제들이다. 폐쇄적이고, 기밀을 다루는 국정원의 조직 특성상 정보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국익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도 검찰로선 부담스럽다. 수사를 공안부 또는 특수부에 맡길지, 아니면 특별수사팀을 구성할지도 관심사다.

수사의 핵심은 국정원이 나나테크를 통해 구입한 RCS로 민간인의 스마트폰을 해킹하거나 사찰했는지 여부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에 해당한다. 나나테크가 인가받지 않은 RCS를 수입·배포한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통비법 위반 여부), 국정원이 RCS를 인터넷주소(URL)나 다운로드 메시지를 통해 유포했는지(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 등도 밝혀내야 한다.

공개된 나나테크와 해킹팀 간 e메일을 보면 국정원은 해킹팀에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신규 제품에 대한 분석을 수시로 의뢰했고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대한 해킹에도 관심을 보였다. 업무방해 혐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지난 18일 숨진 채 발견된 국정원 임모 과장(45)의 해킹 자료 삭제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도 밝혀야 한다.

검찰은 사건을 기존 부서에 배당한 뒤 특별수사팀 구성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2005년 국정원 도청 의혹과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면서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와 특수부 검사로 특별수사팀을 꾸린 바 있다.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그러나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에 나설지 의문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2013년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강도 높게 수사했던 검사들이 옷을 벗거나 한직으로 밀려나고 검찰 조직 전체가 풍비박산난 ‘트라우마’가 있다는 것이다. 수사팀에 힘을 실어줬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혼외자 파동으로 2013년 9월 불명예 퇴진했고, 윤석열 당시 수사팀장과 박형철 부팀장도 한직으로 밀려났다.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도 윤 전 팀장과 갈등을 빚다 검찰을 떠났다.

‘김진태호 검찰’이 정권의 ‘심기’를 거스르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없다는 점도 비관적인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황교안 국무총리의 존재도 검찰엔 부담이다. 황 총리는 2005년 국정원 도청 의혹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었고,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때는 법무부 장관이었다. 2005년에는 도청된 내용을 단서로 하는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었고, 2013년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구속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놓고 채 전 총장과 갈등을 빚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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