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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메르스 탓? 가뭄 탓?…한국 경제 ‘체력’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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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뉴스분석] 2분기 0.3% ‘성장률 쇼크’

올해 2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전분기 대비 0.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0.1%)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돌발 악재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가뭄 탓도 크지만,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으로 성장 여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2분기 ‘성장 쇼크’를 현실화했다. 이에 따라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인 3.1%는 고사하고 한국은행이 전망한 2.8%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은 23일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이 전분기보다 0.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분기에 세월호 참사 여파로 성장률이 0.5%로 추락한 이후 5개 분기째 성장률이 1%를 밑돌고 있다. 2분기 성장률 0.3%는 세수 부족으로 ‘재정절벽’이 발생했던 지난해 4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최근 10년간 분기 성장률이 이보다 낮았던 때는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3.3%)와 2009년 1분기(0.1%)뿐이었다.

메르스·가뭄 등 일시적 충격에
수출 부진, 소비 위축 겹쳐
5분기째 0%대 성장 ‘구조적 침체’
“한은 전망 올 2.8% 성장도 어렵다


한은은 2분기 성장률 급락의 배경으로 메르스·가뭄이라는 일시적 충격과 수출 부진이라는 구조적 요인을 들었다. 실제 메르스로 인한 소비 위축과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3% 줄었다. 세월호 참사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던 지난해 2분기(-0.4%) 이후 1년 만에 민간소비가 뒷걸음질친 것이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0.5%), 운수 및 보관(-1.3%), 보건 및 사회복지(-1.7%) 등 주요 서비스업 생산이 줄줄이 줄어든 것도 메르스의 영향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메르스 확산이 성장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며 “오락, 음식, 운수, 숙박 등에서 지출·소비심리가 위축됐고 외국인의 국내 소비도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뭄 여파로 농림어업 생산도 전분기 대비 11.1%나 급감했다. 이는 1990년 1분기(-16.8%)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2분기 0.1% 증가에 그친 수출도 성장률을 끌어내린 요인이다. 특히 수출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가공·중계무역 수요 감소로 구조적 침체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다. 1분기에도 전분기 대비 0.1% 증가에 그쳤다. 실제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지난해 3분기 이후 줄곧 마이너스다. 우리 경제 성장의 견인차였던 수출이 지금은 성장률을 깎아먹을 정도로 좋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 여건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22조원 규모의 재정보강책을 동원해 경기부양에 나서면 올해 3%대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3분기부터 메르스와 가뭄 충격에서는 벗어난다고 해도 수출 부진과 위축된 소비가 쉽게 살아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특히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 급락 우려 등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일 대외 악재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8%조차 남은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1.1%씩 성장해야 달성할 수 있는 수치로 현실성이 거의 없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경제학)는 “가계부채 증가 등 소비심리를 크게 줄이는 요인들이 구조화하고 있고, 하반기에는 중국의 금융불안이나 미국 금리 인상 등 더 커다란 악재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그동안의 부양책이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했던 만큼 무리한 경기부양보다는 차분하게 구조개혁을 하고, 경제를 급격히 악화시킬 위험요인을 찾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수헌 홍석재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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