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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정리뉴스]이어지는 ‘국정원 직원 마티즈 바꿔치기’ 논란···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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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 실무자였던 국정원 임모 과장이 지난 18일 숨진 채 발견된 마티즈 차량과 임 과장이 자살 장소로 이동하는 장면이라며 공개된 폐쇄회로(CC)TV 영상 속 차량이 서로 다르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재차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3일 오후 경찰은 경기지방경찰청 2층 제2회의실에서 CC(폐쇄회로)TV 영상 분석 결과에 대한 언론 브리핑을 열고 국정원 직원의 ‘차량 바꿔치기’ 의혹에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의혹이 제기된) 동영상을 초당 30프레임으로 나눠보면 차량 진행에 따라 동일한 번호판이 밝은색 또는 어두운 색으로 변화하는 것이 관찰된다”며 “동종차량(1999년식 빨간색 마티즈·녹색 전국번호판)으로 같은 시간대 재연 실험을 10여차례 해보니 실제로 녹색 번호판이 흰색으로 왜곡, 변형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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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현장 마티즈(왼쪽)와 CCTV 속 마티즈, |전병헌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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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영상은 경찰이 임 과장이 탔다고 밝힌 마티즈가 자살 직전인 오전 6시18분과 22분에 자살장소에서 각각 2.4㎞와 1.4㎞ 떨어진 지점에 설치된 CCTV에 찍힌 것이다. 이들 CCTV는 각각 34만, 41만 화소로 저화소 카메라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재연실험이 23일 오전 6시20분쯤 CCTV에 마티즈가 찍힌, 자살장소에서 2.4㎞ 떨어진 버스정류장 앞에서 이뤄졌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실험차량의 주행 모습을 촬영했을 때 임 과장의 차량과 마찬가지로 번호판은 흰색으로 나왔고, 정지 상태나 저속 운행 시에도 번호판은 흰색으로 보였다. 하지만 같은 위치에 고화질 카메라(150만 화소)로 실험차량을 찍었을 때는 차량 번호판이 녹색으로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저화소로 촬영할 경우 빛의 간섭, 화면확대에 따른 깨짐현상 등으로 번호판 색깔이 왜곡돼 다른 색으로 보일 수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문가와 법영상분석연구소 대표 황민구 박사의 의견도 있었다”면서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빛의 간섭’이라 하며 피사체가 과도한 빛에 노출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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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현장 마티즈(위)와 CCTV 속 마티즈, 22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번호판의 색깔 및 모양은 확연히 다르며, 글씨 색도 다르다. 앞 범퍼 보호 가드 역시 위 차량에는 있고, 아래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의원실 제공


이 경찰 관계자는 안테나와 앞 범퍼 보호가드 등 차량 부착물이 보이지 않아 동일한 차량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영상자료 화질개선 및 보정작업을 통해 (CCTV에 찍힌 마티즈에) 루프 전면 중앙 검은색 계열 안테나, 루프바 및 선바이저, 범퍼 보호가드, 번호판 위 엠블렘 등이 (부착된 것이) 유사점으로 확인됐다”며 “차량 동일성 여부에 대해 전문가 의견, 재연 결과, 차량 특징점, 변사자 최종 행적, 차량 이동경로 등을 종합할 때 영상에 찍힌 차량이 변사자 차량이 아니라는 근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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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현장 마티즈(위)와 CCTV 속 마티즈, 22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차량 안테나도 자살현장 마티즈에는 있고, CCTV 속 마티즈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의원실 제공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YTN이 21일 보도한 CCTV영상 속 차량 번호판은 가로가 길고 세로가 좁은 신형 흰색 번호판인데 숨진 임 과장이 발견된 차량의 번호판은 가로가 좁고 세로가 긴 구형 녹색 번호판이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번호판의 글씨 색깔 역시 자살 현장 마티즈 번호판은 흰색, CCTV 속 번호판 글씨는 검은색으로 확연히 다르다”고 지적한 뒤 앞 범퍼 보호가드와 안테나의 유무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위원은 “초록색을 흰색으로 우기는 이런 행위야 말로 진실을 거짓으로 덮으려는 상징적인 행위라고 생각한다”면서 “연봉이 1억원이 넘고 20년 이상 근속한 사람이 왜 보름 전에 10년 된 마티즈를 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22일 “빛의 반사 각도에 따른 착시 현상”이라며 이 같은 의혹을 일축했다가 파문이 가라앉지 않자 23일 브리핑까지 열었다.

경찰은 경기청 과학수사계의 분석과 별도로 더욱 정밀한 분석을 위해 동영상을 국과수에 보내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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