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연합시론> 국정원 의혹 소모적 논란 대신 신속하게 규명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스마트폰 불법 해킹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으로부터 20회선의 해킹프로그램을 구입해 18개는 대북정보 수집용으로, 2개는 연구용으로 사용했다면서 불법 민간인 사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과거 안기부 시절 불법 도청 전력, 지난 대선 때의 정치댓글 논란 등이 있는 상황에서 국정원의 설명은 의혹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은 기밀인 해킹프로그램의 사용기록까지 공개하겠다고 나섰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와중에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하고 사용한 국정원 직원 임모 씨가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면서 의혹을 부인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워 숨진 채 발견되는 일이 벌어졌다. 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국가안보를 위해 뛰던 한 요원이 사실이 아닌 의혹 때문에 목숨을 끊은 것이 된다. 유서 내용이 거짓일 가능성도 물론 있다. 진실이 무엇이든 이번 의혹의 실체를 정확히 규명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임씨가 유서에서 삭제했다고 밝힌 '오해를 일으킨 자료'의 복원과 내용 파악도 시급하다.

의혹 조사는 일단 국정원을 견제 감시하는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여야를 떠나 국회 정보위원들은 신속히 진위를 가려야 할 책임이 있다. 소모적 논란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도 곤란하다. 불법이 있다면 철저히 엄단하고 사실이 아니라면 국민에게 설명하고 조속히 의혹을 진화해야 한다. 국정원에 대한 현장조사도 미룰 것이 아니다. 야당은 '선(先) 의혹검증, 후(後) 현장조사'를 주장하고 있지만 조사 순서는 의혹의 실체 규명과 무관해 보인다. 전문가 참여 문제도 여야는 조속히 조율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 정보 역량이 더는 훼손되지 않는 세밀한 방법으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탈리아 해킹팀의 프로그램을 35개국 97개 기관이 구매했지만 아직 어디에서도 사용 실태를 공개한 곳은 없다. 사이버 전선 또한 안보의 최일선이다.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은 어물쩍 넘길 수도, 그래서도 안 되는 사안이다. 우리 정보기관의 어두웠던 '과거'를 감안할 땐 더욱 그렇다. 의혹을 충분히 규명하되 정보역량 훼손을 막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정보위의 객관적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단 기다려보는 것은 어떤가. 이번 문제는 엄중한 사안이지만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이기도 하다. 국정원은 지난 17일 보도자료에서 "여당의 국정원도 야당의 국정원도 아니다"면서 "무책임한 논란은 우리 안보를 약화시키는 자해행위일 것"이라고 밝혔다.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말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