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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김무성, 봉변 당할수록 지지율 상승?…진보 쪽서도 "비단 길 깔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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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폭 행보를 이어가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여야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여론조사 회사인 리얼미터가 25일 발표한 주간 집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지난주 대비 1.0%포인트 상승한 22.2%를 기록, 1위를 기록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0.1%포인트 하락한 19.5%로 3주 연속 2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김 대표는 문 대표와의 격차를 1.6%포인트에서 2.7%포인트 차이로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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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19대 대선 주자 지지도/리얼미터 제공


이번 조사는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유선전화 임의번호걸기(RDD) 등의 방식으로 실시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날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대표가 이처럼 3주 연속 20%대 지지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한 이유로 “4·29 재·보궐선거 승리 효과와 경쟁 관계에 있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나 홍준표 경남지사 등 여권 후보의 급락으로 인한 보수표 결집, 새정치연합의 내홍(內訌)으로 인한 문 대표 지지율 하락에 따른 반사이익”을 꼽았다.

◇잇단 봉변에도 ‘무대응’하는 ‘무대(김무성 대표 별명)’

김 대표는 지난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 여당 대표로서는 처음 참석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로부터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그로도 모자라 선거에 이기려고 국가 기밀문서를 뜯어서 읊어대고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 달아 종북몰이 해대다가 암말 없이 언론에 흘리고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뵙는 것 같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또 일부 참석자가 뿌린 물 세례를 맞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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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가 일부 참석자가 뿌린 물 세례를 맞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와 강창일 의원 등 중진 의원들조차 “추도식에 온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며 부적절했다는 반응을 내놓았지만, 김 대표는 사흘째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 대표는 25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에 문 대표와 나란히 참석한 뒤 취재진과 만나서도 “(봉하마을 관련) 이야기는 안 했다”면서 “그냥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을 아꼈다. 김 대표는 또 “문 대표가 노건호씨 일과 관련해 미안하다고 사과하지는 않았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허허” 웃으며 “이야기한 건 공개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7일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전야제에 참석했다가 물병 세례를 맞고, 진보연대 등 일부 과격한 참석자들에 의해 쫓겨나다시피 자리를 뜨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5·18 유가족은 잘 왔다고 환영해 주셨는데 일부 과격한 세력들이 반대를 했음에도 (전야제에) 참석했다”며 “그건 광주 시민의 뜻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내년에도 참석하겠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김 대표는 18일 기념식에서도 정부·여당의 반대 기류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 등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김 대표는 5·18 민주화운동 유족들이 20일 국회를 방문해 17일 벌어진 불상사에 대해 사과했을 때도 “전혀 미안해하실 필요 없다”면서 “광주의 아픔을 함께하려고 좋은 마음으로 갔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 마음이 아프다. 전남방직의 아들로서 앞으로도 동서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유족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당시 물 세례에 대해 “더웠는데 시원하고 좋았다”고 농담을 하며 웃었다.

◇김무성, ‘맞으면 맞을수록’ 지지율 상승?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가 봉변을 당하면 당할수록 ‘포용적 국민 통합과 동서 화합’ 이미지가 공고해져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 대표 주변에서도 밑질 건 없다는 평가다.

이번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노 전 대통령 추도식 상황은 반영되지 않았지만, 향후 김 대표 지지도 상승에 호재(好材)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김 대표가 이번 추도식 때의 일에 대해 무대응으로 대응하는 것이 향후 지지율 상승에 긍적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 일로 보수층이 결집하고, 일부 지나친 야당 지지자들의 비합리적인 행태에 거부감을 갖게 된 중도·무당파층도 김 대표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무대’의 ‘무대응’이 중도·보수층의 결집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김 대표는 ‘잠룡(潛龍)’ 중에 가장 고단수”라고 평가했다.

진보적 성향의 인사들도 이번 추도식 사건이 오히려 김 대표에게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무성에 대한 물병 던지기: 던진 이의 심정, 이해는 간다. 그러나 김무성은 속으로 미소지을 것이다. 내년 추도식 및 그 전후에도 계속 올 것인데, 비쥬얼이 선명한 달걀이나 페인트 세례를 원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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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씨 트위터 캡처


작가 고종석씨는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무성은 봉하에 안 가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예의였다”면서도 “그러나 그는 대권 야망이 있는 자고, 그래서 소위 광폭행보를 하고 있는 것. 그의 고단수에 멍청한 무니들은 고스란히 말려든 것”이라고 적었다.

고씨는 또 “내가 어제 처음 비판한 것은 노건호씨의 돌출 발언이 아니라, 거기 열광하는 무니들이었다”며 “작은 에피소드로 끝날 수도 있었을 일이 무니들의 신심(信心)에 매개돼 김무성에게 비단길을 깔아준 것”이라고 했다. 고씨는 “김무성은 어제 사건으로 대권에 한 발 더 다가갔으니 복이 많다”고도 했다.

[안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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