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노건호, 김무성에 "從北몰이하다… 불쑥 나타난 진정 대인배" 비아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증오·갈등으로 얼룩진 노무현 前대통령 6주기 추도식]

-노건호, 김무성 겨냥

"권력이 소수파 말살" 비난

"政治 대국적으로 하라"는 10·26때 김재규 발언도…

친노측 "노무현 환생" 박수

-참석자 대우 '극과 극'

문재인에 박수·환호 보내고 김한길·천정배엔 욕 퍼부어

봉하마을측, 박지원은 뒷문으로 빠져나가게 배려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이 정치와 증오로 얼룩졌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여당 당 대표로는 처음 추도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반성도 안 했다"며 독설을 했고, 일부 참석자는 김 대표는 물론 김한길 천정배 의원 등 비노(非盧) 성향 야권 인사에게 물병을 던지거나 욕설을 했다.

추도식은 5000여명의 지지자와 정치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하루만 2만5000여명의 추모객이 봉하마을을 다녀갔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새정치연합 이해찬 의원은 추도식에서 "이제까지는 추모의 행사였다면 이제는 역사를 발전시키는 모임으로 나가려 한다"고 했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을 넘어서고 국가를 넘어선 분이었다고 고백하고 싶다"며 "노 전 대통령이 남긴 미완의 과제를 완성해 사람 사는 세상으로 바꿔나가자"고 말했다.

조선일보

추도식은 비노 성향 정치인들의 소개 때 일부 참석자가 야유와 조롱을 한 것을 빼면 예년의 추도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참석자는 "너무 조용해 졸 뻔했다"고 말했다.

유족 인사에 나선 건호씨도 일반적 감사 인사로 추도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건호씨는 "이 자리에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오셨다"며 앞좌석의 김무성 대표를 응시했다. 건호씨는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는 반성도 안 했다" "(김 대표가 지난 대선 때) 전직 대통령이 NLL(서해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며 피를 토하듯 대화록을 읽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국가기밀문서를 뜯어서 읊어대고 국정원 동원해 댓글 달아 종북몰이 해대다가…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뵙는 것 같다"며 준비된 원고를 읽어 나갔다.

건호씨의 독설과 조롱에 김 대표는 쓴웃음을 지었고 옆자리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역시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좌석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환생하신 것 같다" "속이 시원하다" "부끄러운 줄 알라"며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건호씨는 "뭐가 뭐를 끊겠나 싶기도 하고" "오해하지 마라. 사과나 반성 필요 없다" "정치, 제발 좀 대국적으로 하시라"며 끝을 맺었다.

한 참석자는 "연설 중 '국가 권력 자원을 총동원해 소수파를 말살시켰다'는 것은 통진당 해산을 의미하는 것 같다"며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라'는 말은 김재규가 10·26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하기 직전에 한 말이기도 하다"고 했다. 건호씨와 노무현 재단 측은 어떤 맥락에서 그런 표현을 썼는지에 대해 이후 추가로 설명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헌화를 마친 뒤 행사장을 빠져나올 때에도 일부 참석자로부터 "다시는 오지 마라"며 욕설을 들었고 물병 세례를 받았다.

조선일보

야유 받은 천정배 -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뒤 지난 4·29 광주 서을 재선거에서 당선됐던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천 의원은 이 자리에서“배신자”라는 야유를 받았다. /TV조선


이날 봉하마을은 친노·비노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야당 상황의 축소판이었다. 친노 성향의 지지자들은 문재인 대표를 향해서는 환호와 박수를 쳤지만 비노 인사들에게는 김무성 대표보다 더 가혹하게 대했다. 문 대표를 연일 비판해온 김한길 의원에게는 "쓰레기" "×××" 같은 원색적 욕설이 난무했고,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4·29 보궐선거 때 광주에서 당선된 천정배 의원에게는 "배신자"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두 사람 모두에게는 물병이 날아들었다.

박지원·안철수 의원에게도 군중 속에서 야유가 나왔지만, 김한길 천정배 의원에 비하면 '저강도'였다. 봉하마을 측은 박 의원에게는 군중을 피해 조용히 뒷문으로 행사장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의전적 배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 측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야당 관계자는 "친노들이 김한길·천정배 의원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신호를, 박지원·안철수 의원에게는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는 경고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의 건호씨 연설, 친노 지지자들의 소란과 관련해 주최 측인 노무현 재단이나 이해찬 노무현 재단 이사장, 유족 등 누구도 유감이나 사과를 표명하지 않았다. 노무현 재단 측은 다음 날 추도식에 참석했던 주요 인사들에게 감사 전화를 했지만 현장의 불상사에 대해선 따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우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