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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미스터 국보법’도 결국 ‘딸바보’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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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단 한 번뿐인 이 길을 너와 함께 걸어내려오면서 만감이 교차하는구나. 아빠, 그리고 엄마는 널 많이 사랑했는데 같이 사는 동안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구나. 지금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 더 자주 말할 걸. 더 깊이 마음을 줄 걸. 더 많이 사랑한다고 표현할 걸. ”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58)도 딸에 대한 사랑은 여느 아버지와 비슷했다. 아니, ‘딸 바보’의 모습이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았다.

지난 23일 오후 황 후보자의 외동 딸 성희 씨(29)와 조종민 검사(32·사법연수원 40기·수원지검 안산지청)의 결혼식에서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던 황 후보자는 3분 분량의 편지를 읽으며 세차례 이상 울먹였다. 부정·부패 척결의 지휘자로 통합진보당까지 해산시키며 강한 인상을 남겼던 황 후보자는 그동안 딸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자주 못했던 것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비추기도 했다.

그는 “네게 꼭 잘해주고 싶었는데···, 그 동안 아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다”는 부분을 읽다가는 약 16초 간 말을 잊지 못했다. 딸 성희 씨도 덩달이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객 중 한 명이 “화이팅”을 외치며 황 후보자를 응원하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주례를 맡은 강영호 특허법원장은 “많은 결혼식에서 어머니가 우는 것은 봤는데 아버님이 우는 것은 처음 본다”며 우스갯소리로 식장 분위기를 바꿨다.

황 후보자는 아쉬운 마음은 접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딸 부부에게 축복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제는 지금껏 가보지 못한 새 인생 길로 나아가렴. 새로운 길을 시작하는 널 생각하면 마음이 찡하지만 좋은 친구와 함께 하게 됐으니 기쁨도 크구나”라며 “이제까진 네 마음 속의 아빠와 엄마를 두고 사랑하는 사람은 바라보고 있었다면 이제는 그 자리를 바꾸렴”이라고 아쉬운 마음을 털었다.

이날 결혼식에는 혼주측이 작은 결혼식을 치르겠다며 청첩장을 돌리지도 않았는데도 300석의 대검찰청 예식장을 가득 메우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하객이 몰렸다.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과 법원·정부 관계자들이 직접 축하의 뜻을 전했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 등 법무부 측 인사들이 하객들을 미리 맞았고, 후임 법무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는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과 안창호 헌재 재판관, 김수민 국가정보원 2차장 등이 하객으로 참석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도 모습을 보였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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