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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박근혜 정부에서 이제 ‘경제 살리기’는 물 건너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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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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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21

‘경제 vs 사정’ ‘정치 vs 공안’ 갈림길에서 ‘사정·공안’ 선택

남은 임기 내내 총리·검찰총장 내세운 사정 국면 이어질 듯

‘박근혜 대통령은 갸름한 얼굴의 미남형 선호’ 가설도 확인


예상대로입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법조인을 앉힐 것이라는 예측은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쓰리 황’(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황찬현 감사원장, 황교안 법무부 장관) 중에 될 것이라는 ‘예언’도 적중했습니다.

이번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은 여러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갈림길이었습니다. ‘경제냐 사정이냐’의 갈림길이었습니다. ‘정치냐 공안이냐’의 갈림길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황교안 후보자 카드를 뽑아듦으로써 ‘사정’과 ‘공안’을 선택했습니다. 이런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 기조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첫째, 경제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야당이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해 주지 않아 경제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국무총리 후보자는 경제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아니 경제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인물을 선택했습니다. 이제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 민주화’는 고사하고 ‘경제 살리기’도 물건너갔다고 봐야 합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지금 우리의 현실은 경제 재도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과거부터 지속돼온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고 정치 개혁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을 전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궤변입니다.

부패를 척결하면 경제가 도약할까요? 장기적으로는 옳은 얘기지만 단기적으로는 비약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정에 매달리는 것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부패척결이 가장 자신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봐야합니다.

걱정입니다.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검찰이나 경찰 등 사정당국이 그냥 하면 되는 것입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앞장서서 ‘기획 사정’을 하면 국민들은 검찰이나 경찰의 수사 결과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따지고 보면 성완종 리스트 사건도 이완구 전 국무총리, 박근혜 대통령이 앞장서서 사정과 부패 척결을 외치는 바람에 터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 내내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을 앞세운 사정 국면이 이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경제인들에게 ‘봄날’은 가버린 것입니다. 물론 대기업 총수들은 ‘사면’을 기대할 수도 없게 됐습니다.

경제가 주저 앉으면 민생이 어려워집니다. 경제를 사실상 포기하고 사정을 선택한 박근혜 대통령을 국민들이 과연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요? 큰일입니다.

둘째, 정국이 얼어붙을 것 같습니다.

청와대가 황교안 후보자를 발표한 직후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 나와 “공안통치에 나서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공안검사 출신 국무총리가 야당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입니다.

하긴 황교안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을 청구해 관철시킨 사람입니다. 아마 새정치민주연합을 ‘종북숙주’ 정도로 생각할 것입니다. 국회 인사청문회부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과 황교안 후보자는 거세게 충돌할 것입니다.

황교안 후보자는 1980년대 말~1990년대 초에 제가 사회부 법조팀에서 취재할 때 서울지검 공안2부에서 학원을 담당하던 검사였습니다. 공안검사는 주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합니다.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 보고 ‘불순한지 아닌지’를 따지는 사람들입니다. ‘불순’한 사람들을 골라내서 사회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그들의 임무입니다.

황교안 후보자는 후보자로 지명된 소감을 밝히면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주 쓰는 표현입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하려면 우선 어떤 사안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를 따져야 합니다.

황교안 후보자가 총리가 되면 피의자가 ‘순수’한지 ‘불순’한지를 따져보던 공안검사의 ‘관심법’으로 어떤 사안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따지려 들 것입니다. 각종 집회 및 시위에 대해 그는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려 할 것입니다. 이미 도래해 있는 공안정국이 강화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인 새누리당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국무총리가 누가 되든 사실 여당은 직접 관련이 별로 없습니다.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 환영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의원 개개인은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공안검사 출신 국무총리가 달가울리 없는 것입니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은 “정치인 출신 총리가 실패했으니 관료 출신을 기용한 것일 텐데 무엇보다 ‘소통’ 측면에서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황교안 후보자 지명에 대한 전혀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황교안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을 하다가 실권이 아무 것도 없는 국무총리로 갔으니 좌천된 것이다. 국무총리 후보자를 ‘뽑은’게 아니라 ‘찾은’거다. 지금 메시지고 개념이고 따질 겨를이 없다. 그냥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은 것이다. 공안통치 강화라고 해석하는 것은 스테레오 타입 분석일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무총리 후보자를 찾지 못해 쩔쩔매고 있던 최근 상황을 생각하면 이런 분석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최소한 공안통치가 강화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고 볼 일입니다.

정치부 기자들 사이에 오가는 좀 가벼운 이야기를 덧붙이겠습니다. 황교안 후보자 지명으로 두 가지 가설이 다시한번 확인되었습니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이 ‘갸름한 얼굴의 미남형’ 인물을 좋아한다는 가설입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이어 황교안 후보자가 바로 그런 스타일입니다. 비서실장 자리에 거의 앉을 뻔했던 현명관 마사회장도 그런 얼굴형입니다.

둘째, 성균관대 출신만이 국무총리를 한다는 가설입니다. 정홍원,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이어 황교안 후보자도 성균관대 출신입니다. 성균관대 출신이 박근혜 정부에서 특별히 대접받는 이유가 뭘까요? 여러분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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