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與 4.29 재보선 '새줌마' 전략 누가 짰나…"조동원 가니, 정미경 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동원이 가니, 정미경이 왔다”

이번 4·29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수도권 3곳을 모두 석권하며 압승하자, 여권 일각에선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동원 전 홍보기획본부장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당명과 당 로고, 상징색까지 바꿔 총선과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작년 7·30 재·보선을 승리로 마무리하며 당을 떠난 조 전 본부장의 후임은 당시 수원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정미경 홍보기획본부장이다.

정 본부장은 새누리당의 이번 4·29 재·보선 콘셉트였던 ‘새줌마’ 전략을 발굴·채택한 주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줌마’는 새누리당과 ‘차줌마’의 합성이다. ‘차줌마’는 최근 인기를 끌었던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인 ‘삼시세끼’에 출연한 배우 차승원씨의 별명이다. 차씨가 촬영지인 외딴 섬에서 변변한 식재료나 요리 도구 없이도 숙련된 칼질과 임기응변으로 완성된 요리를 뚝딱 해낸다고 해서 ‘차줌마’라고 불렸다.

지난달 31일 열린 새누리당 4·29 재·보선 공약 발표회 때, 김무성 대표와 재보선에 나선 당 후보 4명 전원은 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앞치마와 두건, 고무장갑을 착용한 ‘새줌마’ 패션으로 단상에 서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 발표회의 제목은 ‘새줌마! 우리 동네를 부탁해’였다. 당 관계자는 “‘새줌마’ 전략은 인기 프로그램의 후광도 얻고, 재·보선이 열리는 지역의 경제나 숙원사업을 아줌마처럼 꼼꼼히 챙기겠다는 ‘지역 일꾼론’을 강조하기 위한 콘셉트였다”고 했다.
조선일보

김무성 대표(앞줄 가운데)와 4.29 재보선 후보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선거 공약 발표회에서 빨강 앞치마와 두건을 착용한 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정 본부장은 30일 기자와 통화에서 “새줌마 아이디어는 당 홍보국 당직자들과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차줌마가 어떤 상황이든, 어떤 재료를 갖고 있든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듯이 여당도 어떤 돌발상황이 생겨도 지역 주민이 원하는 비전,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봤기 때문에 ‘새줌마’ 전략을 밀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새줌마’ 아이디어를 본인이 직접 냈나.
“당 홍보국에서 같이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누가 처음 아이디어를 냈는지는 특정할 수 없다. 난 이 아이디어가 내부적으로 검토됐을 당시 최종적으로 채택만 했을 뿐이다.”

- 왜 ‘새줌마’ 전략을 채택했나.
“삼시세끼 프로그램 때문에 채택했다. 평소 자주 봤는데, 거기에 차승원씨가 앞치마도 하고 두건도 하고 나온다. 그런데 차씨는 어떤 상황이든, 어떤 재료를 갖고 있던 맛있는 요리를 결국 만들어낸다. 여당은 (선거에서) 늘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이후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생겼다. 여당은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지역 주민이 원하는 비전,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봤기 때문에 ‘새줌마’ 전략을 밀었다.”
조선일보

새누리당 정미경 홍보기획본부장 /뉴시스


- 새줌마 전략은 결국 작년 7·30 재·보선에 나온 지역 일꾼론 아닌가.
“우리 홍보국에선 ‘새줌마’의 부제를 ‘우리 동네를 부탁해’로 결정했다. 지역 일꾼론으로 가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 재·보선 지역 4곳 중 인천 서·강화을을 제외한 3곳은 모두 옛 통진당 해산으로 인해 보궐선거가 열리는 지역이다. 옛 통진당 소속 의원들은 통진당 해산 심판 등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지역을 거의 관리하지 못했을 거라고 봤다. 이 지역들이 지난 3년 간 멈춰 서있었으니, 그걸 뚫고 들어가야 한다는 게 새줌마 전략이었다.”

- ‘새줌마’ 전략이 비교적 잘 먹혔다는 지적이 많은데.
“당 사무처 당직자들과 홍보국 직원들이 너무 잘해줬다. 홍보국 MT 등을 통해 서로 친해질 기회를 만들고 했던 것도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 당 승리 소감은.
“이번에 새누리당이 잘하고 예뻐서 유권자들이 표를 준 게 아니다. 새누리당 너희들이 그나마 좀 낫겠다 싶어서 표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미경 의원은 강원도 화천 출신으로 덕성여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38회 사법시험을 거쳐 검사로 일했다. 2007년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등을 실명으로 비판한 '여자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을 꿈꿔라'라는 책을 써서 이름을 얻었다. 이후 원래 근무하던 수원지검이 아닌 부산지검으로 발령이 나자 ‘부당한 징계’라며 사표를 내고 2008년 총선 때 수원 권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18대 국회에서 친이계로 활동했던 정 의원은 19대 총선에선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가, 작년 7·30 재보선에서 수원을에 입후보해 당선됐다.

[조백건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