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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변호사 34명 대거 출동… 민변 시위장 같았던 영장실질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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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지난 18일 광화문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 당시 불법·폭력 시위에 나선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권영국(52) 변호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법정 앞은 영장실질심사 전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민변 노동위원장인 권 변호사를 변호하기 위한 그의 변호인들이었다. 50명 넘는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고, 법정에 34명의 변호사가 출석해 ‘세(勢)’를 과시했다. 대부분 민변 변호사들이었다.

법정에서 한 변호사는 “오늘 권 변호사를 구속한다면 변호사 업계 전체의 업무 수행을 어렵게 만드는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했고, 피의자 신분인 권 변호사는 “본인을 구속시킨다면 변호사의 사명을 다신 실현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밤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정 앞이 또 다른 시위장 같았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도 “민변 변호사들이 법정에 설 때 흔히 봐오던 풍경이라 이젠 이상하지도 않다”며 “위압감을 주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날 영장 기각 직후 경찰 유치장에서 나온 권 변호사는 “무리한 영장 청구 아니었나 생각했는데, 어쨌든 법원에서 판사가 잘 판단해준 게 아닌가 싶다”면서 웃어보였다.
조선일보

21일 오후 민변 권영국 변호사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서울중앙지법 법정 앞. 이광철 변호사는 "변호인으로 50명 넘게 참여했고 이 법정에는 34명이 출석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광철 변호사 페이스북


경찰이 권 변호사에게 적용한 혐의는 일반교통방해, 해산명령불응, 공무집행방해 등이다. 그는 시위 현장에서 ‘인권침해 감시 변호사단’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채 경찰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도로를 점거한 채 경찰 해산명령에 불응하며 경찰관의 팔을 잡아채는 등 몸싸움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을 향해 물을 뿌렸다는 의혹도 받았다.

그런 권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민변을 중심으로 집단 반발했다. “경찰이 자신들의 불법을 망각한 채 인권을 옹호하는 권 변호사를 표적 연행했다”는 주장이었다. 영장실질심사에 단체로 몰려왔고, 일부는 법정 상황을 SNS로 중계하기도 했다. 민변 이광철(45) 변호사는 “세상이 미쳐 돌아간 지 오래 돼서 별로 놀랍지 않다”는 글도 올렸다.

경찰과 검찰은 범죄의 경중, 동종 전과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 대상자를 신중하게 가렸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18일 연행한 시위 참가자 100명 중 유가족 전원과 고등학생 6명 등 32명을 석방하고, 68명을 조사한 뒤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권 변호사 외에 경찰관을 밀치는 등 폭력 시위에 나선 공익근무요원 이모(21)씨와 신모(20·무직)씨, 권모(52·무직)씨, 강모(47·노동)씨가 바로 그들이다.

법원은 이 중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전과가 없는 이씨와 신씨는 영장을 기각하고, 동종 전과가 있는 권씨와 강씨에 대해서는 영장을 발부했다. 특히 권씨는 동종 전과만 12범이었다.

그러나 동종 전과가 있는 권 변호사에 대해서는 영장을 기각했다. 그는 2013년 쌍용차 사태 해결 촉구 집회에서 경찰의 질서유지선을 임의로 치우고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면서 밀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권 변호사 기소되자 변호사 85명이 재판부에 변호인 선임계를 냈다. 또 작년 10월 그의 첫 공판에는 민변 회장을 지낸 김선수 변호사, 민변 사법위원장 이재화 변호사 등 38명의 변호인이 법정에 나와 변호인석과 방청석까지 법정을 가득 채웠다.
조선일보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결정을 한 작년 12월 19일 민변 권영국 변호사가 재판부에 항의하며 고성을 지르다 끌려나가고 있다.


권 변호사는 또 작년 12월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선고 때 헌재 대심판정에서 박한철 헌재소장이 통진당 해산 결정 주문 낭독을 마치기도 전에 고성을 지르며 재판을 방해한 혐의로도 기소된 상태다. 당시 헌재 재판부를 향해 “오늘로 헌법이 정치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했다. 민주주의를 살해한 날이다. 역사적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소리치다 재판정 밖으로 끌려나갔다.

검찰은 “공권력에 대한 인식을 볼 때 권 변호사는 재범 우려가 상당히 높다고 판단되는 만큼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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