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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출시 이틀만에 3월분 한도 5조 소진…정부, 안심대출 규모 확대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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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4월 배정액 5조도 조기 투입

총 한도 20조 내에서 탄력 운용

추가 증액은 부작용 놓고 저울질

신규대출방식 전환 유도 효과 줄고

채권 늘면 시장금리 끌어올릴 수도

금융권 대출자 제외 형평성도 논란

한은 출자금 확충땐 통화당국 부담


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이 출시 이틀 만에 한달 한도가 소진되면서 정부가 전환대출 규모의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규모를 늘렸다가 상환구조 개선으로 가계부채 위험을 줄이려는 정책 목표가 흔들릴 수 있는데다, 이번 조처로 상환여력이 있는 계층만 수혜를 본다는 비판이 확산될 수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출 규모를 늘리기 위해 필요한 한국은행의 추가 출자도 부담이다.

안심전환대출 출시 이틀째인 25일에도 연 2.6%대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3월분으로 배정했던 5조원이 모두 소진됐다. 금융당국은 애초 설정한 월 배정액(5조원)과 무관하게, 전환대출 수요에 따라 총 한도액인 20조원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은행권의 집계를 종합하면, 안심전환대출은 출시 이틀째인 이날 오후 6시 현재 2만9792건에 대한 대출 승인이 이뤄졌다. 승인액은 3조1925억원이다. 이틀간 누계로는 승인건수 7만1039건, 8조1064억원이다. 올해 한도 20조원 가운데 3월분으로 배정했던 5조원이 출시 이튿날 일찌감치 바닥나자, 4월 배정액 5조원을 조기 투입했다.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 상품의 판매가 늘어나는 데 맞춰 추가로 증액에 나서겠다고 이날 밝혔다. 올해 한도인 20조원 안에서는 언제든 추가로 투입을 하겠다는 얘기다. 다만 20조원이 조기에 소진될 경우 이 금액보다 더 투입할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금융당국 핵심 관계자는 2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규모 확대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신규 주택담보대출자들의 상품 선택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안심전환대출 규모가 대폭 확대되거나 유사한 추가 정책이 예고될 경우, 고정금리 상품에 대한 신규 대출자들의 선호도가 종전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 향후 전환대출로 갈아탈 것을 기대하면서 일단 변동금리 상품을 찾는 대출자들이 많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심전환대출 규모 확대가 시장 금리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이 대출의 재원은 정책금융기관인 주택금융공사가 대출 채권을 토대로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을 통해 조달된다. 대출 규모가 불어나는 만큼 주택저당증권 발행 물량이 늘고, 자연스레 채권값 하락(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금리가 오르면 안심전환대출 적용 금리도 오르거나, 대출 금리를 통제하면 상품 취급 은행이나 주택금융공사가 떠안아야 할 손실이 커진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간 한도를 20조원으로 정한 이유 중 하나는 매월 2조~3조원가량 주택저당증권을 발행하면 시장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형평성 논란도 부담이다. 안심전환대출의 핵심 수요 계층은 원리금 상환 여력이 있는 은행권 대출자다. 원리금 상환이 힘에 부치는 저소득 대출자나,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2금융권 대출자들은 대상이 아니다. 공적 재원을 밑천으로 하는 안심전환대출이 저소득층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이날 성명을 내어 “2금융권 대출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안심전환대출의 형평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출 규모 확대를 위해 필요한 주택금융공사의 자본금 확충도 쉽지 않다. 주택금융공사는 자본금 대비 50배 이상 주택저당증권을 발행할 수 없다. 20조원의 안심전환대출 상품이 출시될 수 있었던 것도 한국은행이 2000억원을 출자한 덕택이다. 주택저당증권 발행을 늘리려면 발행 한도를 늘리도록 법을 개정하거나 추가 자본금 확충이 필요하다.

세종/김경락 기자, 김정필 김수헌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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