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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안심대출’ 첫날, 은행 가보니… “사상 최저금리 놓칠라” 하루 새 3조3000억 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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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도액 소진되기 전에…”

출근 미루고 휴가까지 내 지점 앞 새벽부터 장사진

“상환능력 충분한 사람들만 대출 갈아타기 효과”지적도


“안심전환대출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고요. 갈아타면 금리를 연 2.65%로 낮출 수 있어요.”(은행 창구 직원)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24일 오전 10시20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창구 앞에 초조하게 앉아 있던 두 모자의 표정이 밝아졌다. 30대인 아들 김모씨는 변동금리 연 3.01%의 잔액 8000만원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타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은행 문이 열리기도 전에 10여명의 고객들이 은행 앞에서 줄지어 기다렸다. 1시간을 기다려서야 겨우 상담 창구에 앉을 수 있었다. “5년 뒤 금리가 내릴 것 같다고 판단되면 5년씩 금리를 조정할 수 있는 상품으로 고르면 돼요” “그동안 금리가 오르진 않을까요” “매달 원리금 갚는 게 부담되네…” “부담되면 만기를 15년으로 늘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김씨와 어머니, 직원 사이에 30여분간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김씨는 현장에서 대출신청을 마쳤다.

한 여성 직장인은 대기인 수를 표시한 은행 전광판을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오전 9시20분 잠깐 회사를 빠져나와 대기표만 받은 뒤 시간에 맞춰 은행을 다시 찾았다. 15분 이상을 기다렸지만 여전히 차례가 돌아오지 않자 초조해진 것이다. 고객당 상담시간이 30~40분씩 걸리다 보니 늦어진 것이다. 그는 “회사에 은행 간다는 얘기는 안 하고 10시쯤 잠깐 화장실 가는 척하고 나왔는데 벌써 30분이나 지났다. 점심시간 때 다시 와야겠다”며 은행 문을 나섰다.

경향신문

안심전환대출 신청자들이 24일 아침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직원들로부터 대출 상담을 받고 있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 3~5년 된 신도시 주민들 몰려

연 2.6%대의 안심전환대출이 출시된 24일 은행 지점의 대출 창구들은 영업시작과 동시에 싼 대출을 신청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특히 인천 청라·경기 용인·일산·파주 등 신도시가 밀집한 지역의 은행들은 새벽부터 대기자들이 줄을 서는 등 하루종일 북적였다. 대출 1년이 지났고, 거치기간(3~5년)이라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자들이 이들 신도시에 몰렸기 때문이다. 한도가 소진되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계속 밀려들면서 은행 영업 창구는 폐점 시간을 지나서도 한참 동안 상담 등 업무를 진행했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영업 1부 지점에서는 은행 셔터문을 올리자마자 직장인 2명이 들어와 대출 창구에 앉았다. 박모씨(37)는 “회사에 사정을 말하고 잠깐 짬을 냈다. 이자만 수백만원이 왔다 갔다 하니 회사에서도 이해해 주더라”라고 말했다. 박씨는 3년 전 대출받은 1억5600만원 중 원리금 일부를 갚았다. 아직 1억1000만원이 남아 있다. 대출 당시 변동금리 4.6%였다가 지금은 3.4% 수준의 금리를 내고 있다. 박씨는 “매달 원금 70만원, 이자 35만원 정도가 나가는데 안심대출로 전환하면 월 이자가 25만원 정도로 줄게 된다”며 “전환대출로 총 600만원을 아끼게 됐다”고 말했다.

안심전환대출을 받기 위해 아예 휴가를 낸 이들도 있었다. 서울 목동에 사는 김모씨는 연차를 냈다. 아침에 동사무소에 가서 등기부 등본과 주민등록등본 등을 떼고 국민은행 양천점을 찾았다. 오전 11시 번호표는 32번이다. 여전히 7번, 8번 고객이 상담 중이었다. 김씨는 “다 마치고 나니 오후 1시30분이었다. 휴가 안 냈으면 못 받을 뻔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자체가 많은 국민은행은 본점 직원 180명을 인천, 용인 등 영업점에 파견하기도 했다.

■ “반짝 인기 그칠것” 관측도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국 16개 시중은행의 안심전환대출 승인액은 3조3036억원이다. 금융당국이 이달치 안심전환대출 배정분으로 마련한 5조원 중 66%가 출시 첫날 소진된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수요가 몰리는 점을 감안해 월별 한도를 5조원씩 끊지 않고 총 20조원 안에서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심전환대출이 반짝 인기에 그치고,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환여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한 정책인 데다 최근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고정금리로 갈아탄 이들은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은 현재 변동금리로 원리금을 상환 중인 이들이나, 기존에도 충분히 상환 여력이 있던 이들이 더 낮은 이자로 갈아타게 해주는 효과만 있다”며 “재형저축처럼 처음에만 반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덕·이인숙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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