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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정치개입이 國情院 망쳐… 역사적 범죄자 안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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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 국정원장후보 청문회]

-"국정원 주눅 들어 있어"

리퍼트 대사 피습 언급하며 "안보에 초점… 눈 부릅떠야"

"권양숙 여사가 논두렁에 명품시계 버렸다는 주장 조사"

이병호(李炳浩·75)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치 개입은 국정원 스스로를 망치고 국가 안보를 흔들리게 한다"며 "안보를 약화시키는 것은 역사적 범죄인 만큼 불미스러운 과거와 절연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나는 결코 역사적 범죄자가 되지 않겠다"면서 국정원의 '탈(脫)정치화' 의지를 밝혔다.

◇"국정원, 주눅 들어 있어"

이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피습 사건을 언급하면서 "일부 북한 추종 세력의 행태가 우리 사회를 폭력적으로 위협하는 상황마저 나타나고 있다"며 "눈을 부릅뜨고 정세를 살피고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국정원의 임무가 더욱 막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정원 스스로도 반복되는 정치 논란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정원을 만들려는 열망에 차 있다"며 "국정원 개혁은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열렸다. 이 후보자가 청문위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남강호 기자


이 후보자는 다만 "국정원 개혁은 쾌도난마(快刀亂麻) 식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며 '속도조절론'을 제시했다. 이 후보자는 "분야별로 훌륭한 스페셜리스트(전문가)가 많은 게 좋은 병원"이라며 "양질의 직원을 뽑아서 교육시켜 스페셜리스트로 만드는 것이 국정원의 진정한 개혁이고 그런 개혁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국정원의 현주소에 대해 "국정원이 적극성을 잃어버리고 주눅이 들어 있다"고 평가하면서 "국정원 직원이 자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 하나는 확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논두렁 시계' 주장 조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과거 언론 기고문 등에서 이념 편향성이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제가) 정치성이 있다는 데 대해 조금 의견을 달리한다"며 "한국이 북한의 위협에 놓여 있다고 강조한 것은 이념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2013년 언론 기고문에서 '햇볕정책은 국정원에 치명타를 가하고 좌파 정부로 안보가 해이해진다'고 표현한 데 대해서는 "사려 깊지 못한 표현이었다"고 사과했다. 이 후보자는 햇볕정책에 대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롭고 신선한 접근이었지만 챙겨야 할 것, 검증해야 할 것이 간과돼 북한이 악용한 부분이 있다"며 "북한이 언젠가 진정성 있게 나오면 반드시 (햇볕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비공개 정책 질의에서는 "대북 접촉은 필요할 땐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최근 이인규 전 대검 중앙수사부장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권양숙 여사가 명품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 보도는 국정원이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국정원이 사실 관계를 알아보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원장이 되면 (진위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5·16 쿠데타와 관련, "역사적 사건을 국가 안보에 기여했느냐 안 했느냐는 관점에서 보면 5·16은 국가 안보를 강화한 역사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지자 "5·16이 쿠데타라는 정의에 동의한다"고 했다.

한편 이 후보자는 1986년 북한의 금강산댐 수공 위협설 여론 조작 의혹에 대해 "조작이 아니었다"며 "그것을 당시 정치권에서 어떻게 이용했는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 소관이 아니라 언급하기 어렵고, 갖고 있던 실체적 정보는 내가 관여하는 바였는데 정말로 좋은 정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한 비공개 정책 질의까지 마친 국회 정보위는 17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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