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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문재인 “박 대통령, 국정원 대선개입 사과하는 게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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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끝 이틀 만에 입장 표명

사건 당사자로 부담스럽지만 야당 대표로 언급 필요 느껴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62)가 11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 유죄를 선고받은 것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유죄 선고 이후 이틀 만에야 나온 공식 입장이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로 피해 당사자인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제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해 사과해야 마땅하고 그것이 도리일 것”이라고 직격했다.

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 전 국정원장의 유죄 판결과 법정구속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판결로 국정원의 조직적 대선개입이 확인된 것”이라며 “이미 확인된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과 남북정상 대화록 불법 유출 및 악용과 함께 국가기관들의 전방위적 대선개입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이 사건의 일단이 드러났을 때 ‘문재인 후보 측의 모략이며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이라며 오히려 저를 비방했고,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는 진실을 은폐하고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가로막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박 대통령이 드러난 진실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국정원이 다시는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에 관여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당이 요구한 대로 강도 높은 개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표의 입장은 선고 이틀 만에 공식 회의석상의 공개발언으로 나왔다. 전날엔 당 차원에서 유은혜 대변인의 국회 논평만 내놓았다.

이틀 만에 비판 발언을 쏟아낸 데에는 문 대표의 고심이 숨어 있었다. “문 대표가 이번 판결로 확실히 피해 당사자로 입증됐지만 개인적인 입장을 밝히는 건 부담스러워했다”는 게 문 대표 측 설명이다.

문 대표가 이날 발언 초반 “이 문제에 관해 제가 말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지만 야당 대표로서 이 중요한 사안을 얘기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자칫 강경한 발언이 야권 내 대선 불복론을 불필요하게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순히 문 대표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이 입증된 초유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제1야당 대표로서 발언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결심한 것이라고 문 대표 측은 전했다. 이를 취임 첫날부터 문 대표가 천명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면전’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유은혜 대변인은 “사실은 굉장한 폭탄이 터진 건데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면 야당으로서는 계속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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