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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국정원 직원들 매일 댓글지침 받고 카페 옮겨다니며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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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국정원 직원들의 인터넷 댓글 작성 과정을 판결문에 상세히 담았다. 판결문에 나타난 ‘댓글 담당’ 국정원 직원들의 업무는 조직적이고 치밀했다.

댓글 작성에 관련된 업무는 국정원 심리전단이 맡았다. 2009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취임하며 심리전 업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대선이 있던 2012년에는 심리전단도 4개의 사이버팀에 70~80명이 활동하는 조직으로 확대·재편됐다.

검찰이 인식한 이들의 최초 활동 시점은 2009년 2월이다. 진보 성향 네티즌들의 활동이 활발한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부의 활동을 지지하고 야당 또는 야당 정치인을 비방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2011년 1월부터는 새로운 미디어로서 진보인사들의 활발히 활동하던 ‘트위터’에서도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의 댓글 작성 활동은 대통령 선거일인 2012년 12월19일까지 계속됐다.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심리전단 직원들은 오전에는 국정원 사무실로 출근했다가 오후에는 외근을 했다. 비밀리에 댓글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사무실에서는 매일 구두나 메모 또는 이메일 등으로 일명 ‘이슈와 논지’를 전달받았다. ‘이슈’는 직원들이 그날 집중 작성해야할 글의 주제를 의미했다. 해당 주제를 어떤 입장에서 어떻게 쓸지에 대해 2~3줄 요약 정리한 것이 ‘논지’다. ‘이슈와 논지’를 작성하는 직원들은 한 달에 한번 나오는 원 전 원장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이슈와 논지’에 반영하기도 했다.

논지 밑에는 그날 글을 작성할 계정이 적혀 있었다. 이 계정은 해당 날짜의 ‘당번’을 의미했다. 이 계정이 글을 쓰면 다른 직원들은 자신들의 계정으로 해당 글을 퍼날랐다. 휴일에는 휴일용 지시가 따로 내려왔다. 심지어 설 연휴에도 당번 계정은 글 작성을 계속했다.

이렇게 지시를 받은 직원들은 오후에는 카페를 찾아 지시에 따른 댓글 작업을 했다. “박근혜 통합행보에 종북좌파 멘붕”, “안철수는 룸살롱 안가봤다니 거짓말” “문재인은 역대 최약체” 등의 글을 올렸다. 활동 범위는 서울 금천구, 송파구부터 경기도 용인시까지 광범위했다. 상부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 사무실 인근에서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카페 점원이나 단골 손님들의 눈길을 끌지 않기 위해 심리전단 직원들은 하루에도 3~4번씩 카페를 옮기기도 했다.

선거 관련 글만 13만6000여회 트윗 내지 리트윗된 트위터에서의 활동이 가장 왕성했다. 트위터에서는 글 작성 뿐만 아니라 보수언론의 기사와 이른바 보수논객의 글을 퍼나르는 활동도 활발히 이뤄졌다. ‘이슈와 논지’에는 때때로 보수논객의 트위터 계정이 함께 담겨 있었다. 해당 계정의 글을 확산하라는 지시였다. 주로 선택된 보수논객으로는 변희재씨와 ‘십알단’ 윤정훈 목사 등이 있었다.

모든 직원들이 ‘신문물’인 트위터 사용에 익숙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 직원들은 ‘계정이 정지당한 경우 계정 정지를 해제하는 법’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글이 확산되도록 팔로워를 모으는 법’ ‘트윗 글을 자동으로 리트윗하는 법’ 등을 새로 배웠다는 증거도 드러났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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