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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기업과 도시, 통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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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CBS 기획특집]⑤ 상생의 첫걸음은 환경 개선 노력

[전남CBS 박형주 기자] 기업사랑운동이란 용어. 이젠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매 지방선거때마다 출마자들은 기업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공약을 빠뜨리질 않는다.

이처럼 기업과 지역의 공동 발전은 이제 지방자치의 과제가 되었다. 특히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여수국가산단이 위치한 전남동부권은 기업과 지역의 상생의 욕구가 어느 지역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지역과 기업이 서로 상생하며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전남CBS는 독일과 일본에서 지역과 기업의 상생모델을 찾아보기로 했다. 150년 역사의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는 인구 16만 명의 루드비히스하펜에 위치해 있고 12만의 소도시 볼프스부르크에서는 폭스바겐과 80년간 공생하고 있다. 40만 인구의 일본 도요타시는 도요타자동차 본사 유치를 위해 지역명까지 바꿨다.

세계적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자그마한 소도시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100년 안팎의 역사를 거치면서 상생을 이끌어낸 비결을 무엇일까 우리는 그 궁금증을 풀면서 우리의 해법을 찾아 보기로 했다.<편집자 주>


제 1편 바스프의 소통

제 2편 자동차의 도시로 가다

제 3편 도요타, 세계를 품다

제 4편 계획된 산업도시들의 놀라운 변신

제 5편 기업과 도시 통해야 산다

◆소통으로 시작한 GS칼텍스 예울마루

노컷뉴스

GS칼텍스 예울마루



울산에 SK의 울산대공원이 있다면 여수에는 GS칼텍스의 문화예술공원 ‘예울마루’가 있다.

여수 망마산 줄기에 자리한 예울마루는 울산대공원처럼 GS칼텍스가 천억 원을, 여수시는 부지를 제공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그러나 기업과 지자체가 기획한 울산대공원과 달리 예울마루는 구상 초기부터 지역사회와의 여론 수렴의 작업이 우선됐다.

예울마루 이승필 관장은 “기획단계에서부터 기업과 지자체는 물론 의회와 경제계, NGO, 언론 등 지역 사회 10개 분야 대표들을 중심으로 선정과 자문위를 꾸려 지역사회가 필요한 사업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예울마루 역시 울산대공원이나 독일, 일본의 협력모델처럼 환경에 대한 고려에도 신경을 썼다.

망마산 자락에 위치한 예울마루는 땅 속으로 들어가 있다. 지상으로 드러나거나 산 위에 위치해 자연을 억누르는 형태가 아니라, 땅 속을 들어감으로써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지도록 설계됐다. 멀리서 보면 망마산 자락에서 흘러내려오는 계곡처럼 보인다.

지난 5월 개관 2주년을 맞은 예울마루는 여수를 문화예술의 도시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지난 4월까지 찾은 누적이용객이 여수시 전체 인구에 근접한 23만여 명에 이른다.

전남의 문화예술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 한국메세나협회가 주최하하는 메세나 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예울마루가 지역 기업 협력 모델로서 성과를 나타난 데는 여수시의 기업사랑운동이 바탕이 됐다. 여수시도 창원시처럼 지난 2006년부터 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

여수시 김두인 기획경제국장은 “기업 사랑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 여수상공회의소와 기업사랑협의회를 꾸렸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 캠페인이나 이벤트, 시민 교육 등 육성책을 펼치고 있다. 기업사랑 지원 조례를 만들어 창업이나 판로 개척, 수출 인력 양성 사업, 노사 화합을 위한 지원시스템 등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는 특히 여수산단 기업들과의 상생을 위해 ‘여수시 여수산단 공동발전협의회’라는 조직을 꾸리고 있다.

시와 입주기업, 시민사회단체, 학계, 상공회의소 등이 참여해 지역사회 발전 방안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환경이나 안전사고, 근로자 복지 향상 방안 등에 대해 고민하는 협의체다.

여수에서도 여수만의 지역과 기업의 상생 모델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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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벤츠박물관 앞에 선 박형주 기자(左)와 윤승훈 PD(右)



◆상생의 첫걸음은 환경 개선 노력

이제 우리는 상생의 해답을 이야기 할 때가 됐다.

독일의 루드비히스하펜과 슈트트가르트, 일본의 도요타시 그리고 국내의 창원, 울산시 등 모두 지역사회와 기업 협력의 출발점은 그 지역의 환경개선작업이었다.

창원도 기업사랑운동을 시작하면서 환경도시로 바꾸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울산시 임채근 녹지공원과 임채근 계장은 “과거 울산시는 ‘와이셔츠를 입으면 3일을 못입는다’고 할 만큼 공해도시라는 오명이 있었다. 이에 따라 기업들과 함께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우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독일은 우리보다 훨씬 일찍 강력한 환경규제와 법을 만들었고 독일기업들은 이를 준수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위치한 그 지역의 환경을 좋게 만들어 갔고, 이는 지역민들이 기업과 협력 공존하는 계기가 됐다.

베를린 자유대학 염광희 박사는 “루드비스하펜의 바스프는 화학기업이다 보니 공해를 유발하는 배출 가스나 소음, 폐수 등을 배출할 수 있는 기업이다.

독일에서는 독일이나 유럽연합이 제시하는 규제법에 대해서 지키지 않으면 기업이 생존해 나갈 수 없다.

하지만 법을 준수하면서 기업 활동을 하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에서 문제 제기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 할 말이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생을 위한 제도개선

하지만 이같은 환경을 통한 협력은 상생의 기본 전제가 되는 것이지 상생의 충분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민의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지자체에게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주요 목표가 된 이상 기업과 지역의 상생에 대한 최초의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쪽은 지방자치단체다.

그렇다면 지자체, 행정당국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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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무역관



도요타시의 산키치 국제부장은 “기업 유치 활동을 벌일 때 2가지를 강조한다. 그 중 하나는 확실한 정보제공이다. ‘우리 지역에 들어오면 당신에게 무슨 메리트가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눈에 보이도록 제공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업 네트워크 형성이다 기업들간의 거래 관계나 협력관계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토요타 자동차의 비즈니스페어에서 그런 것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고 말햇다.

루드비히스하펜시 올리버 딜링거 시의장은 “투자 유치를 위한 자금 지원보다는 현재 있는 기업에 대한 유지와 빠른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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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루드비히스하펜시



코트라 프랑크푸르트 무역관장이자 유럽에 있는 코트라 전체를 책임지는 정종태 유럽본부장은 현재 우리의 기업지원제도가 좋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잘 운용하는데 있다고 충고했다.

정종태 본부장은 “우리나라의 기업 지원체계는 그동안의 굉장한 연구로 어느 나라보다 엄청 잘 돼 있다. 제도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못 운영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정말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쓸데없이 규제를 풀고 부담을 주지 않는 것으로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은 이른바 ‘님비현상’과 지역 세수 확보 문제에 대해서도 주목할 만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독일의 옛 동독지역에는 싼 땅값 탓에 최근 풍력발전소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베를린 자유대학 염광희 박사는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는 것은 대기업인데 기업의 본사는 그 지역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면 소음과 그림자, 송전탑 등 여러 가지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독일 의회에서 몇 년 전에 풍력발전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따른 세금을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지역에 70%를 납부하고, 본사소재지는 30%만 납부하는 제도가 만들었다.

이와 함께 풍력발전기 세울 때 지역주민의 투자를 받는 방안을 만들었다. 풍력발전기 지분의 몇%가 내지분이 되는 것이다. 남의 풍력발전기가 아니라 내 풍력발전기가 된다. 그래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면서 나는 소음이 이제는 내 돈을 버는 소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풍력발전기를 너도나도 하고 세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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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자유대학 염광희 박사(가운데)



◆처음과 끝은 신뢰를 통한 소통

기업을 알아가는 작업의 시작이 소통이듯이 기업이 지역과 공존하기 위해 처음 시작해야 하는 것도 소통이다.

공발협의 박효준 사무국장은 “여수산단이 석유화학 산업이다 보니까 부정적인 선입견, 특히 환경과 안전사고가 잦으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에 따라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기업이 지역 사회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하는 비판을 많이 한다.

이 같은 비판은 결국 객관적인 비판보다는 대단히 주관적이고 파편적인 자료만으로 평가하는 측면이 많다.

박효준 사무국장은 그 실천의 예로 사화공헌마켓을 제안한다. 박국장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저평가 되는 것은 지역의 욕구에 기초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시민들도 기업에 대해 막연하게 큰 기대를 걸고 서운해 하기보다 기업의 현 여건을 알아주는 것도 필요하다.

사회공헌 마켓을 제안한다. 지역민들이 우리 지역의 이런 사회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먼저 꺼내면 기업은 이를 보고 함께 할 수 있는지 검토해 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독일의 염광희 박사도 여수의 박효준 국장도 상호 신뢰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염 박사는 “기업이든, 정치든, 시민이든 그 지역사회에서 공존하는 주체이므로 우선 신뢰가 필요하다. 어느 한쪽이 한쪽을 뽑아먹어야 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사회를 구성하는 동등한 책임과 역할을 하는 주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특히 기업은 시민들이 우리를 감시하는 적이 아니라 파트너쉽의 개념으로 접근해 화합해서 성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독일사회는 지자체와 시민, 기업이 그 사회의 공생을 위한 각기 주체라는 인식이 강하고, 따라서 각자 지역 사회를 할 수 있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것이 전반적인 인식이다.

박효준 국장 역시 "있는 그대로를 이해해 주려고 하는 노력들이 지역과 기업의 상생모델이 아닐까 생각한다. 출발은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접근하려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소통이 되고 신뢰가 쌓이면 더불어 잘 살기 위해 같이 노력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작은 일, 작은 발걸음을 시작할 수 있다.

박효준 국장은 “기업과 지역사회가 큰일보다는 작은 일에서부터 함께 성공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민은 ‘우리 기업들과 같이 했더니 우리 지역에 대단히 효과적이더라', 기업은 ‘그러다 보니 우리 기업의 매출도 늘더라’는 성공을 함께 경험할 때 기업 투자도 늘고 시민들도 더 즐거운 마음으로 기업사랑 운동을 함께 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기업과 지역의 상생의 해법을 찾기 위해 독일과 일본 그리고 울산과 창원을 거쳤고 우리 고장 여수까지 둘러보며 여러가지 상생모델을 살펴봤다.

이 과정에서 찾은 지역과 기업이 상생하기 위한 신통한 해법은 바로 신뢰와 소통이었다.

서로 신뢰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 이것이 기업 지역 상생의 신통한 해법인 것이다.

노컷뉴스

도요타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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