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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원의 실험’이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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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현장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협치와 연정’을 민선 6기 제주도정의 양대 축으로 내세웠다. 6·4 지방선거에서 원 지사의 당선 요인은 ‘큰 정치인’에 대한 기대와 함께 세대교체 바람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이후 제주지사 자리는 3인(우근민·신구범·김태환)이 번갈아 맡으면서 감정적 싸움으로 치닫는 선거로 치러졌고, 결과는 낯뜨거웠다.

당선자 진영은 언제나 ‘점령군’ 식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내 편과 네 편’으로 편가르기와 줄세우기를 시도했다. 공무원 조직만이 아니라 제주 사회 전반에 걸쳐 편가르기가 이어졌다. 지사에 당선되면 능력 위주로 공무원들을 등용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공무원은 드물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이번 선거에서 세대교체 바람은 거셌다. 서울에서 내리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중진의 원 지사는 변화의 적임자였다. 그의 주변에서는 “원 지사가 선거과정에서 제주도민(각종 단체, 조직)들에게 ‘빚’진 것이 없다”고 한다. 공무원 조직이나 각종 단체 등한테 도움을 받지 않아 제주도정을 펼치기에 자유롭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그가 구상하는 ‘협치와 연정’ 실험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가 내세우는 ‘협치’는 관 주도의 일방적 행정을 탈피해 공무원과 시민사회, 전문가 등이 도정 현안을 함께 논의하고 행정기관이 집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선 이후의 행보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신구범 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인수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부터 원 지사의 협치와 연정 구상이 삐걱댔다. 새정치연합 쪽과 논의 없이 신 전 후보를 인수위원장으로 영입하자 새정치연합 쪽은 강력 반발했다. 그 뒤 원 지사의 정책연대와 인사 추천 등과 관련한 거듭된 공개 제안에도 새정치연합은 정책협의만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 그쳤다. 원 지사도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자신의 구상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조직개편과 행정시장 공모를 둘러싼 잡음도 원 지사의 실험을 퇴색시키고 있다. 민선 5기 때도 형식적인 공모를 통해 시장을 위촉했듯이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2일 공모를 마감하자 내정자 명단이 지역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또다시 형식적 공모라는 비판과 함께 원 지사도 신뢰에 타격을 입게 됐다. 그의 말처럼 “폭넓게 인재를 등용해 쓰는 것이 원희룡다운 인사”가 되기 위해서는 여야,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인사들을 만나 조언을 들어야 한다. 그는 빚진 것이 없다. 그래야 그가 그리는 제주 사회의 대통합과 ‘더 큰 제주’로 나아갈 수 있는 협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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