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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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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따지러 갔다가.. 자칫 ‘스토킹’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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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정책연구원, 판결 1295건 분석

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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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층간소음으로 이웃을 괴롭힌 40대 남성이 경찰에서 스토킹범죄와 관련한 ‘서면 경고’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 남성은 이웃집에서 현관문을 닫는 소리 등 여러 소음을 내면 보복성 소음을 내고 이웃집 현관문과 도어락을 발로 차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포감을 느낀 이웃이 CCTV를 설치했고 이 남성을 신고했다고 한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 신고를 받은 경찰이 서면경고, 접근금지 등의 임시조치를 할 수 있다.

2021년 시행된 스토킹처벌법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처럼 층간소음 분쟁에 항의하는 이웃의 행위가 ‘스토킹’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법정책연구원(원장 박형남)이 2023년 1월~5월까지 선고된 스토킹 판결문 1295건을 검토해 올해 2월 발표한 ‘스토킹 범죄의 재판실무상 쟁점에 관한 연구’ 보서에 따르면 절반 이상(58%)이 연인, 배우자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했고 그 다음이 이웃(7%)간 스토킹 행위가 차지했다. 가게 주인과 손님(7%), 같은 직장 근무(4%)를 비롯해 다양한 관계에서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됐다.

층간소음에 항의하는 이웃의 행위에도 ‘스토킹 처벌법’ 이 적용되는 이유는 이 법이 스토킹 행위를 넓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은 스토킹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특정 행위를 함으로써 불안감 또는 공포감을 일으키는 것’ 이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특정 행위’의 유형으로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 등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물건, 글, 말, 부호, 음향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 7가지를 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층간소음에 항의하면서 이웃집을 찾아가는 행위도 ‘스토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시끄럽다’ 한달간 361회 벽을 친 이웃,스토킹 유죄

물론 실제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들은 그 정도가 지나친 경우가 많다. 위층의 피해자에게 층간소음 보복 목적으로 약 한달간 361회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에 도구로 벽을 치거나 음향기기를 틀어 소리를 내 이로 인해 이웃들이 이사를 간 경우도 있었다. 이 가해자는 이웃이 112신고를 해 경찰이 출동했지만 경찰의 출입을 거부하고, 대화를 시도하려 한 이웃을 오히려 스토킹 행위로 고소하기도 했다.

또한 층간소음 유발자가 아닌 그 가족이 이동하는 장소를 따라다니거니 욕설을 한 사안에서도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돼 유죄가 났다.

법원이 층간소음에 항의하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판단하는 기준은 단지 상대방을 접촉한 ‘횟수’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화를 건 것은 10일간 3회에 불과하지만 그 시간대가 새벽이었고, 이미 스스로 이사를 가서 층간소음 피해를 입을 여지가 없어진 이후에도 이런 행동을 한 경우에도 유죄가 났다.

또한 아래층에 거주하는 피해자가 층간소음을 유발했다면서 수회에 걸쳐 집을 찾아가 출입문을 발로 차거나 집 근처에서 기다리고 지켜본 사안, 위층에 거주하는 피해자에게 수개월간 계속되는 층간소음을 항의하기 위해 약 6일간 3회에 걸쳐 집 현관문에 메모지를 부착하거나 초인종을 누르고 피해자를 기다리다가 욕설을 한 사안도 역시 유죄판결을 받았다.

◇2개월간 항의문 두 번 붙여..스토킹 무죄

반면 층간소음이 발생한 기간에 비해 방문한 횟수가 많지 않거나, 층간소음이 들릴 때 외에는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않았던 경우에는 무죄판결이 났다.

2개월간 2회에 걸쳐 현관문이나 엘리베이터에 층간소음에 항의하는 글을 적은 종이를 붙이고 3회에 걸쳐 주거지 현관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른 사안, 2개월간 4회에 걸쳐 새벽에 위층에 거주하는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소리를 지른 사안, 약 2개월간 8회에 걸쳐 자기 집 아래층에 있는 피해자 운영의 폴댄스 학원의 문을 열고 들어오거나 안을 들여다 본 사안 등이었다.

접근횟수와 방식 외에도 아파트 층간소음위원회 등을 통해 분쟁해결 노력을 한 점도 고려했다.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결과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재판에 넘겨지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라며 “층간소음에 항의하는 행위 자체가 자칫 스토킹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유죄판결난 스토킹, 양형은 얼마나?

사법정책연구원이 ‘스토킹처벌법’ 위반만으로 기소돼 결과가 확정된 318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이 4%, 집행유예가 26.4%, 벌금형이 29.8%등으로 나타났다. 벌금형은 200만원~500만원이 52.6%로 가장 많았다. 무죄는 1건, 피해자와 합의해 공소가 기각된 경우도 37.4%에 달했다. 작년 8월부터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되면서 현재는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다.

다른 범죄와 함께 기소된 경우에는 스토킹만 기소된 경우보다 실형 비율이 높았다. 폭력범죄가 함께 기소된 경우 32%이상, 디지털성범죄 또는 체포·감금범죄와 함께 기소된 경우는 33%이상, 살인범죄가 함께 기소된 경우 60%이상의 사건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지나치게 넓은 스토킹, 오히려 강력범죄 대처에 방해

현재 형사사건 실무에서 ‘스토킹’으로 유죄판결이 나는 행위는 층간소음 항의 외에 매우 다양하다.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 지급을 요구하면서 4개월 반 동안 2166회 연락한 사안, 형사사건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합의한다면서 5개월간 42회 문자 메시지와 전화를 한 사안도 ‘스토킹’으로 다뤄졌다.

피해자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커피 로스팅 연기가 난다며 카페 주변을 맴돌면서 촬영을 했는데, 그 시간대가 로스팅 연기와 전혀 무관했던 경우도 스토킹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최근 스토킹범죄의 양형을 두고 ‘약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면에는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행위를 모두 스토킹으로 포섭하는 실무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보고서를 총괄한 한나라 연구위원(판사)는 “기존에 업무방해나 다른 조항을 적용하던 행위를 모두 법정형이 비교적 높은 스토킹처벌법으로 고소하고 처벌하다 보니 양형이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층간소음 보복, 채무독촉 등의 행위까지 포괄해 스토킹처벌법 ‘평균 양형’을 계산하다 보니 양형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층간소음 보복 등에도 스토킹처벌법에 수반되는 임시조치, 긴급조치 등 ‘손이 많이 가는’ 처분들까지 이뤄지다 보니 행정력이 낭비되는 측면이 있고 상대적으로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스토킹에 대한 대처가 미흡해질 수 있다.

한 연구위원은 “스토킹범죄가 강력범죄로 진화하는 것을 막는 효과는 있지만 동시에 구성요건이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과도한 기본권제한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스토킹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법원 역할이 중요하다” 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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