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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인사참사로 생각보다 빨리 레임덕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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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한겨레TV> ‘한겨레담’… ‘진보의 핵 이빨’, 노유진을 만났다

노유진의 정치카페 진행자,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인터뷰



‘노유진’씨는 매주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 출연해 정치의 속살을 파헤친다. 듣다 보면 쏙 빠지는 특급 입담을 과시하는 노유진씨. 한명씩 뜯어보면 친근한 얼굴이다. 정의당 소속의 노회찬 전 대표, 작가 유시민, 진중권 동양대 교수, 세 사람의 성을 따 노유진이라는 ‘합체 인간’이 탄생한 것이다. 처음 이름은 ‘진중권의 정치다방’이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출판사 ‘창작과 비평’이 만드는 팟캐스트 ‘진중권의 문화다방’과 헷갈려 ‘노유진의 정치카페’로 간판을 바꿨다. ‘진보의 핵 이빨’을 자처하는 노유진씨를 <한겨레티브이> 인터뷰 프로그램 ‘한겨레담’이 만났다.

노유진 “‘인사 참극’ 청와대, 홈페이지에 구인·구직 게시판 열어야” [한겨레담]

논란 중심에 선 ‘자연인 유시민’… “욕 그만 먹고 싶다”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시작부터 소란스러웠다. 5월22일 ‘유시민의 예언’이라는 53초짜리 팟캐스트 티저 광고는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본방송이 아닌 예고편으로 팟캐스트 1위에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유시민은 이 광고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 되면 사람들 엄청 죽고 감옥 가고 호가호위하는 환관 정치 될 거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할 수 있는 건 의전 하나밖에 없다. 그렇게 말씀 드렸는데 불행하게도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유시민의 발언을 즉각 반박하고 나서 정치인이 아닌 자연인 유시민은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유시민은 이에 대해 “악마의 편집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예언이 아니라 옛날에 한 말을 세월호 이야기와 종합해서 이렇게 저렇게 잘라붙여서 하나로 만들어 (편집해) 놓으니까….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요. ‘사람 죽으니 기분 좋냐?’ 그런 반응이 나오잖아요. 예전에 정치할 때도 욕 많이 먹었는데, 욕 좀 그만 먹고 싶어요.”

“‘안티’야말로 진정한 팬, 정치인에겐 고마운 일”

현역 정치인 노회찬은 “욕을 하는 것도 미워하는 것도 다 관심의 일부이니 고마운 일”이라고 다독거렸다. 진중권도 “안티 팬도 넓은 의미에서 팬이라고 생각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안티가 팬들보다 더 충성스러워요. 그들은 내가 쓴 모든 저작물을 다 보고, 내가 했던 발언까지 다 기억하고 있어요. 정말 많은 연구를 합니다. 이제는 창의적인 욕을 하는 사람만 선별해서 대응을 하죠.”

누구보다도 안티 팬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노유진은 왜 다시 마이크를 잡았을까? 일부에선 지방선거와 보궐선거를 위해 급조된 팟캐스트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노유진은 “선당후사”라고 잘라 말했다. “처음에는 계속할 줄 몰랐어요. 단발로 끝날지, 지방선거 때까지만 할지. 지금도 정해진 바가 없이 당에서 하라고 하니 계속 가는 거예요.” (노회찬)

“정의당 평당원이지만 당을 위해 하는 것도 없었는데, 선거 때만 해달라고 하니 그냥 한 거죠. 선거 끝났는데 계속하라고 하니까 불만은 있지만, 출당 당할까 봐 계속 하는 거예요.” (유시민)

“저희는 야심이 커요.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다음 총선 대선을 겨냥하고 있어요.” (진중권)

그렇게 노유진은 “대기업 두곳(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이 판매조직과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유시민) 정치 시장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근혜 ‘인사 참사’ … “수첩을 열어야 한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다. 노유진의 정치카페 연장전에 다름없었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40%대로 꺼졌다. 노유진은 ‘인사 참사’로 벌어진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지금까지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진단을 내놨다.

진중권은 “세월호 사건은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책임이 아니지만, 인사는 직접적이고 이미지가 구체적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수첩 인사의 한계를 확인한 결과”라고 말했다. 노회찬은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의 낙마사태까지 오면서 여권 내에서 박 대통령의 통솔력이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그런 점에서 생각보다 빨리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집권당을 해봐서 잘 안다”는 유시민은 인사 참사로 박 대통령 지지층이 지지할 명분을 잃어버렸다고 진단했다. “세월호 참사 때는 박 대통령은 위험을 무릅쓰고 진도 체육관에 내려갔는데 왜 대통령을 욕하느냐는 주장이 지지층에게 설득이 됩니다. 하지만, 인사 참사는 대통령이 일으킨 사건이기 때문에 국정운영이 잘 됐다고 대답할 수 있는 논거가 됐던 주장들이 무력화돼 버렸어요.”

노유진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인사 문제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기들 내부에서 사람을 못 찾은 거 아닙니까? 밖에서 자기들과 생각이 다르더라도 일할 수 있는 마인드가 있느냐의 문제라고 봐요.”(진중권)

“수첩을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오면 수첩을 열어야 한다고 봐요. 청와대 게시판에다 총리와 장관 후보자 국민 추천 코너를 만드세요. 그래서 자천, 타천 국민들에게 추천을 받아 인재풀을 넓혀야죠.”(유시민)

진보정치의 미래 … “정의당은 괜찮은 사윗감”

노유진이라는 합체 인간은 정의당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정의당 당원이라는 것이다. 정의당에는 노유진을 비롯해 심상정, 천호선 같은 정치 스타들이 있다. 그러나 당 지지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노회찬은 “사람에 대한 평가와 정치세력에 대한 평가는 일치하지 않는다. 정의당이 정치세력으로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을 것인가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시민은 부모 입장에서 딸을 맡기기 불안한 사윗감으로 정의당의 처지를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사람은 참 선량하고 괜찮은데 직장이 좀 불안정하고 월급도 좀 신통치 않아요. 이런 걱정이 들면, 선뜻 딸에게 그 남자랑 결혼해라고 할 수 없잖아요. 사람만 좋은 게 아니라, 장래성이 좀 있다는 평가를 받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요. 그런 국면이 아닐까 싶어요.”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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