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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안전불감증'경계…네덜란드 초등생 모래성쌓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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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최근 네덜란드 북해의 한 해변 모래사장.

6∼11세 초등학생 250명이 8∼10명씩 팀을 이뤄 참가하는 모래성 쌓기 대회가 열렸다.

대회는 참가팀이 썰물에 맞춰 한 시간 동안 모래성을 쌓아 놓고, 밀물 때 밀려오는 파도에 가장 늦게 허물어지는 모래성을 만든 팀이 우승하는 방식이다.

아이들이 만드는 모래성이라고 해서 놀이 차원으로 만만하게 볼 수준이 아니다.

이를 후원하는 지역 치수 당국은 무인기를 동원해 닿을 수 없는 부분을 점검하는가 하면 적외선 카메라로 바닷물에 가장 잘 버틴 모래성의 열감지 이미지도 공개한다.

대회 전 참가자들은 방파제 건설 전문가, 토목기사 등에게 어떻게 하면 모래성이 파도에 무너지지 않고 최대한 오래 견딜 수 있는지 조언도 받는다.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가 지난달 29일자에 자세히 소개한 이 대회가 열리게 된 배경은 네덜란드의 지형과 관계가 깊다.

네덜란드는 잘 알려졌다시피 국토의 55%가 해수면보다 낮은 저지대여서 과거 바닷물이 범람으로 큰 피해를 당하곤 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범람 피해를 줄이고자 꾸준히 방재활동에 예산과 기술을 집중, 지금은 범람 피해를 모르고 살게 됐다.

이렇게 훌륭한 방재 체계 덕분에 범람이 오랫동안 일어나지 않으면서 네덜란드 사회에선 이를 당연시하는 안전불감증이 확산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방파제와 관련된 직업이 현장에서 '신발에 흙을 묻혀야 하는' 힘든 일인 터라 젊은이들이 점점 이 분야를 꺼리는 분위기도 사회적 고민이 됐다.

이런 사회 풍토를 해결하려고 치수 당국이 고안해 낸 아이디어가 바로 초등학생이 참가하는 모래성 쌓기 대회였다.

바닷물에 허물어지는 모래성을 보면서 참가하는 아이들에게 잊혔던 범람 피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치수당국은 또 참가한 아이들이 치수와 방재에 대한 직업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둘 수 있도록 하는 부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장 라이몬드 하프켄샤이트씨는 "이 대회로 '네덜란드인의 유전자'를 확실히 일깨울 수 있을 것"이라며 "간조 때 큰 성을 쌓고 파도가 밀려올 때 이를 방어하는 것이 바로 네덜란드인의 본색"이라고 말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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