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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박근혜 대통령의 여론 탓, 제도 탓, 시간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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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탓… 국민 눈높이 아랑곳 않고 ‘자기 사람’ 고집이 주원인

제도 탓… 박근혜 야당 시절 ‘청문회 강화’ 주도해놓고 자기모순

시간 탓… 국정공백 자초해놓고 ‘경제 시급’ 총리 유임 억지 논리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밝힌 ‘인사 파동’ 해명은 방식도, 내용도 국민적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박 대통령 눈높이에만 맞춘 인선, 그로 인해 야기된 여론의 비판, 이를 수습하는 방안까지 국민 입장이 아닌 철저히 박 대통령 관점에서만 이뤄졌다. 박 대통령이 인사 실패 책임을 뒤로하고 ‘남 탓’ ‘제도 탓’으로 미룬 근거 발언들을 되짚어봤다.

■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분 찾기 쉽지 않아”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새 출발을 공언했다. ‘국가대개조’와 ‘국민안전 시스템’ 등을 국정혁신을 위한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시대적 과제”라고 했다.

그러나 물러난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그 적임자가 아니라는 게 여론 평가였다. 안 전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의지에 맞지 않게 고액 수임료를 받아 문제가 됐다. 문 전 지명자는 친일·반민족 발언으로 세월호 참사로 요구된 국민통합을 이끌기에는 자격 미달로 분류됐다. 박 대통령이 지난 4월27일 “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정홍원 총리의 사의를 받아들인 것도 그가 국정혁신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적쇄신이 원점으로 회귀한 데는 박 대통령 인재풀의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국민이 신뢰할 인물을 찾는 게 아니라 과거 인연, 강경보수 성향 등 자신의 스타일만 고수한 것이 근본 이유라는 것이다.

■ “신상털기식·여론재판식 검증 통과 어려워”

박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의 국정 수행 능력이나 종합적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여론이 반복돼 많은 분들이 고사했다”며 “여야가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유독 도덕적 기준이 강화됐다고 볼 근거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전관예우, 논문 표절, 부동산 투기 등은 과거 정권에서도 낙마 사유였다.

인사청문회 제도 강화를 주도한 것도 현재 여권이다.

현 새누리당인 한나라당이 다수당이던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됐고 추후 인사청문 대상도 확대시켰다. 박 대통령도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 청문회법 강화를 주장했다. ‘인사 참사’는 제도 문제가 아니라 박 대통령 인사 자체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뒤늦게 인사수석실을 신설한것도 이전 인사가 비체계적으로 이뤄졌음을 자인하는 측면이 있다.

■ “국정공백에 시간이 없다”

박 대통령은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혼란이 지속되는 것을 방치할 수 없어 정 총리 유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없다. 여기서 경제회복 불씨를 살리지 못하면 길을 잃게 된다”고 했다.

정 총리가 헌정 사상 최장기간인 60일간 ‘시한부 총리’를 한 것은 박 대통령의 인사 실패, 우유부단한 리더십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공무원 조직이 박 대통령 인사만 바라보느라 국정이 올스톱되고, 민심 이반도 급속히 확산됐다. 정 총리 유임으로 국정혁신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을 향해 유감 표명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약속을 위반하면서 향후 국정쇄신 동력도 훼손돼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이 없다”며 경제 상황을 거론하는 것이 공허하게 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홍욱 기자 a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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