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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인사 참사’ 반성을 모르는 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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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뉴스분석 ‘낙마 파동’ 민심 역주행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이어진 청와대의 인사 실패와 관련해 “총리 후보자의 국정수행 능력이나 종합적인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 재판이 반복돼서, 많은 분들이 고사를 하거나 가족들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30일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렇게 밝히고, “국정 공백과 국론 분열이 심화되고 혼란이 지속되는 걸 방치할 수 없어서 고심 끝에 정홍원 총리의 유임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인사 실패를 자신의 잘못된 인선 탓이 아니라, 국회 제도와 언론의 검증 탓으로 돌린 것이다. 여당 내에서도 오만하고 위험한 태도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공백, 분열, 혼란’의 원인으로 ‘신상털기식 여론 재판’과 ‘높아진 검증 기준’을 지목했을 뿐, 최종 인사권자로서 부적격 인물을 낙점한 것에 대한 자성이나 사과의 말은 내놓지 않았다. 정 총리의 복귀로 세월호 참사 이후 예고했던 인적쇄신과, 정부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 문제가 흐지부지된 점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설명조차 없었다.

검증기준 높으니 제도 개선을?
‘부적격 인물’ 낙점 사과없이
청문회 개선 ‘아전인수’ 인식

검증통과 인물 찾기 어려웠다?
협소한 인재풀이 문제인데
보수진영 부도덕 집단 몰아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청문회에 가기도 전에 개인적 비판이나 가족들 문제가 거론되는 데는 어느 누구도 감당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고, 높아진 검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분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 기준이 이번 정권 들어 강화된 것도 아니고, 박 대통령이 ‘거듭’ 강조한 가족 문제 역시 안대희, 문창극 두 총리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특별히 부각된 바도 없다. 장관 후보자들의 가족 문제도 ‘자녀 병역 특혜’나 ‘취업 특혜’ 등 후보자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검증일 뿐이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인사는 “우리(옛 한나라당)가 10여년 전 김대중 정부 때 장상 총리 후보자를 ‘시어머니 위장전입’ 등으로 본회의 통과를 부결시킨 적이 있지 않나. 기준이 높아졌다고 말하기엔 정말 민망하다”고 말했다.

새누리의원 “박 대통령 ‘모든 것 내 탓’ 밝혀야 했는데…답답”

‘검증을 통과할 인물을 찾는 게 어려웠다’는 박 대통령의 설명도, 박 대통령의 협소한 ‘인사 수첩(인재풀)’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의 또다른 인사는 “왜 인물이 없다고 하나.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박 대통령의 말은) 보수 진영 전체를 부도덕하고 무능력한 집단으로 내모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해 주시기 바란다”며 오히려 국회에 공을 넘겼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향후 인사시스템과 관련해 “인사수석실을 신설해 인사시스템 전반을 개선해 나갈 생각”이라며 “유능한 공직 후보자를 상시 발굴해 인재풀을 만들고, 평가 검증 자료를 평소에 미리 관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바꾸지 않으면 어떤 변화도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이 많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윤창중 사태’가 불거졌을 때도, 이번과 똑같이 공개적으로 “인사시스템을 제도적으로 보완해 시스템을 강화하겠다. 인사자료도 차곡차곡 쌓으면서 상식적으로 검증하는 체제로 바꿔나가고 있다”고 약속했지만, 결과는 달라진 게 없었다.

새누리당의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번 인사 실패는) 청문회 절차가 가혹했던 게 아니라 (부적격 인물이어서) 언론 검증에서 그냥 끝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모든 건 전적으로 내 탓’이라고 하고 시작해야 하는데,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석진환 조혜정 서보미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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