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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청와대 인사수석실 부활… 人事 난맥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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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부 때와 유사한 체제지만 "기존 인사위 업무 큰 변화 없어"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대신 인사조직 새로 만들어" 지적

"인사 무능·무책임 비판" 잇따라… 일각선 "오기 정치로 비칠 것"

청와대는 26일 인사 시스템 보강을 위해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고 '인사비서관'과 '인사혁신비서관'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철저한 사전 검증과 우수 인재 발굴·평가 시스템을 도입해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왔던 부실 검증 등 인사의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정홍원 총리 유임이 현 정부의 총체적 인사 무능(無能)을 다시 한 번 드러냈고 인사 난맥상도 해소하기 힘들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이후 책임론에 시달려 온 김기춘 비서실장을 교체하는 대신 인사 조직을 신설하는 카드를 선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수석실이 인재 추천·발굴·관리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앞으로 인사수석이 (청와대) 인사위원회 실무 간사를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설될 인사비서관은 우수 인재를 발굴하고 공직 후보자 평가 자료를 상시 축적·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인사혁신비서관은 총리실 소속으로 신설되는 인사혁신처를 관장하면서 공무원 인사 혁신 업무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인사 검증 작업은 현재처럼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공개된 사항에 대한 검증은 인사비서관이 맡는다. 민경욱 대변인은 "인사수석실은 인재의 추천과 발굴, 민정수석실은 검증을 담당하는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라고 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인사수석실과 유사한 체제다. 노무현 정부는 '인사보좌관'을 신설한 뒤 인사수석실로 확대 개편했다. 이명박 정부는 인사수석실을 없앴다가 인사 파동이 이어지자 2009년 8월 수석급 인사기획관을 신설했다. 그러나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인사기획관을 임명하지 않다가 1년여 후 직제를 없앴다.

◇"인사 무능·무책임… 해결 쉽지 않을 것"

그러나 이번에 정 총리를 유임시킨 것은 단순히 청와대 인사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현 정부의 총체적 인사 무능과 무책임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인사 난맥상은 인사수석실을 신설한다고 해소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총리 후보를 구하기 힘들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총리 유임은 사안의 중대성으로 볼 때 너무 무책임하다"며 "인재 추천과 발굴 능력의 부족, 현 정권의 협소한 인재풀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했다.

조선일보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총리 인사를 사실상 포기함으로써 국정 운영 책임을 방기했다는 인상을 준다"며 "그간 인사 잘못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감수하기보다는 이를 회피하려는 모양새"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이번 총리 유임을 통해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 과정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 같다" "일종의 오기 정치로 비친다"는 말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공식 라인의 추천·검증을 거치지 않고 사람을 고르는 인사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 한 인사수석실이 큰 의미를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청와대 인사위는 차관급 이하 인사에서만 중요 역할을 해왔다. 국무총리나 장관급 인사에선 인사위원회가 열리지 않거나 박 대통령이 결심한 후 추인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향후 인선 과정에 대해 "기존의 인사위원회에서 하던 것에서 크게 변화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인사수석실이 이명박 정부 때처럼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사수석실 신설뿐 아니라 현 정부의 인재풀을 획기적으로 넓히고 중앙인사위와 같은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청와대가 모든 인사를 직접 다 하려고 하면 안 된다"며 "야당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윤성이 교수도 "총리 후보자의 잇단 낙마는 비단 인사 추천·검증의 문제를 넘어 극도로 악화된 여야 관계에도 원인이 있다"고 했다.



[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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