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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NEWS&VIEW] '문창극 거취' 出口 못찾는 朴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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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문창극 총리 후보자)은 말이 없고… 靑 진퇴양난, 與는 수수방관]

청와대, 文 자진사퇴 기대하는 기류

文 후보자는 "청문회 받겠다" 고수

개각 발표 이후 國政 올스톱 상태

보수층의 청문회 요구 거세져 지명철회 갈수록 어렵게 돼…

與는 "대통령 결정이 먼저…" 출구전략 마련 의지도 안보여

7개 장관 인사청문 요청서도 덩달아 국회에 못보내는 상황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지난 주말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국정에 복귀했지만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거취 문제를 매듭짓지 못했다. 이날로 문 후보자는 총리 지명 14일째를 맞았으나 여전히 그의 거취는 오리무중이다.

정홍원 총리가 지난 4월 27일 사의(辭意)를 밝혀 '식물 총리' 상태임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총리 부재(不在)' 상태는 이날까지 58일째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문창극 거취 문제'에 매달리느라 지난 13일 개각을 발표한 장관 7명의 국회 인사청문요청서의 재가(裁可)도 미루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임기 2년 차에 국정 추진력 확보를 위해 경제부총리를 교체했고, 교육·사회·문화 부총리도 신설해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임명에 필요한 절차를 시작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1일 지명된 한민구 국방장관 후보자의 경우, 지난 5일 청문요청서가 국회로 넘어갔으나 청문회 시한(24일)을 하루 앞두고도 여야가 일정도 못 잡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청와대가 국정 공백을 너무 오래 방치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이 직접 문 후보자를 만나 문제를 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문창극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그간에 꼬인 문제들이 한꺼번에 풀리기를 기대하는 기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기다려보자. 문 후보자의 결단이 임박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문 후보자가 청문회까지 가겠다고 고집한다면 대통령으로서도 말릴 도리가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놨다.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재가하고 청문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는 얘기였다.

이처럼 청와대가 문 후보만 쳐다보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당 차원의 돌파구를 찾기보다는 뒷전으로 물러나 있다. 여권 전체가 '문창극 문제'로 인해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습이란 지적이다.

청와대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현재 청와대는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바라고 있다. 그동안 청와대는 간접적인 분위기 조성으로 '지금은 자진 사퇴가 최선'이란 사인을 문 후보 측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핵심부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이날 국가보훈처가 '문 후보자의 조부가 독립 유공자로 추정된다'고 발표하는 등 정부가 문 후보자의 '명예 회복'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인사청문회를 받겠다'는 문 후보자의 입장에는 아직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고, 여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며칠 더 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시간이 갈수록 보수층에서 '원칙대로 인사청문회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해지는 것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적지 않은 보수 인사들은 KBS의 문 후보자 관련 보도에 대해 '교회 강연을 거두절미하고 그를 친일파로 매도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상황은 점점 '지명 철회'가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기로 했던 일정을 취소했다. 국무회의를 주재할 경우, 박 대통령으로선 문 후보자 거취에 대해 뭔가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일정 취소는 문 후보자 문제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황은 더 복잡해졌지만,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로 보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역사관 논란이야 문 후보자 본인이 땅을 칠 노릇이겠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여론이 그리 우호적이진 않다"고 했다.

청와대와 함께 국정의 또 다른 축인 새누리당도 '출구 전략'을 마련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이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숙고해 결정하겠다고 하는데, (당에선) 이제 기다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날 열린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선 문 후보자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회의 참석자는 "비공개 회의까지 40여분간 회의를 했는데, 문 후보자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었다"며 "모두들 언급을 피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최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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