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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道民 창고에 쌓인 도루묵(강원도 특산 생선), 그걸 해결하는 게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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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된 최문순 강원지사]

국민, 합당이고 뭐고 신경안써… 그저 정치귀족 투쟁이라고 봐

이번 선거, 야당은 경고받았다

노인·학생 복지에 470억 쓸것, 올림픽 후 소득 3만불이 목표

최문순 강원지사는 '도루묵 지사' '감자 지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도루묵과 감자를 팔면서 생긴 별명이다. 최 지사는 "선거 때 하도 돌았다녔더니 요즘은 까맣게 탔다고 '탄 감자'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는 16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이 느끼는 현실의 가장 큰 문제는 '창고에 쌓인 도루묵'이고, 그걸 해결해주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며 "누가 당 대표를 하는지, 당 이름을 뭐라고 바꾸는지는 정치 엘리트들 간 투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 지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8만원 상당의 노인건강카드 지급, 대학생 등록금 20만원 지급 등 '복지 확대'를 공약했다. 일각에서 '철 지난 무상 복지 공약'이라는 비판도 제기됐으나, 최 지사는 "복지가 가장 싸게 드는 투자이고 가장 효율적으로 돈을 쓰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에 대해 "이번 지방선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지사와의 일문일답.

조선일보

최문순 강원지사가 16일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청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최 지사는 “국민이 원하는 건 현장으로 내려오라는 것인데 야당은 그런 욕구를 제대로 받아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완중 기자


―국민이 이번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에 어떤 메시지를 줬다고 생각하나.

"경고의 의미가 분명히 들어 있다. 새누리당이 잘 못하지만 우리한테 오지는 않는다는 거다. (야당이) 자꾸 당 이름을 바꾸고 합당하고, 벌써 몇 번을 했지 않나. 나도 다 기억하지 못한다. 국민이 정치에, 당에 원하는 것이 뭔지 정확하게 알아채야 하는데, 그런 정치공학적 접근 방식은 아닌 것 같다."

―도지사 선거에서 1.6%포인트 차이로 신승했다.

"격려와 경고의 뜻이 섞여 있다. 적은 표차로 이긴 것은 질책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본다. 강원도에서는 세월호 사고의 영향이 역(逆)으로 작용했다.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여당 심판론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이 컸다."

―새정치연합 창당이나 중앙당 공천 과정 등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통합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합 방식이 문제였다. 국민이 원하는 것에 가까이 가기 위해 세력을 키우는 방식이었다기보다 권력투쟁, 지분 나누기처럼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선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본다."

―선거 결과에 비춰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박근혜 정부도 현실과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 조직 개편에 집중하고 있는데 그게 본질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연속해 선거에서 이기고 있지만, 야당이 자기 역할을 못하고 있는 데 대한 반사이익에 불과하다. 조금 더 성찰을 해야 한다."

―여당이 다수인 상황이라 도정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경기도와 제주 등에서는 연정(聯政) 움직임이 있는데.

"그분들(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은 초보 도지사니까(웃음). 지역 행정은 90%가 지역 발전을 위한 사업이고 안전성을 추구하다 보니 여야가 극한 정쟁을 벌일 일은 별로 없다. 내가 도의회 내에서는 가장 진보 쪽에 가깝고, (보수 성향의) 강원도와 안 맞는 사람이지만 절반의 지지를 받지 않았나."

―노인건강카드 지급 등 복지 확대 공약을 주로 내세웠다.

"노인건강카드와 대학생 등록금 지원, 청장년 취업 지원 등 3대 공약에 연간 470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강원도 1년 예산(약 4조원)의 1.2%쯤 된다. 그런데 다리 하나 건설하는 데는 3000억~5000억원이 든다. 다리 건설한다고 어떤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생기나. 직접 지원하는 방식의 복지는 즉시 소비로 이어지고, 소비가 생산으로, 생산이 곧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임기 중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국가적 사업이 열린다.

"요즘 강원도청에 걸린 구호가 '소득 2배, 행복 2배'다.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올림픽을 치르면서 우리나라 GNP(국민총생산)가 두 배로 뛰었다. 몇 년째 국민소득 2만달러에 정체돼 있는데, 이를 3만달러 시대로 끌어올리고 국가 이미지 향상, 남북관계 진전 등에서 성과를 내겠다."

―같이 재선에 성공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선주자로 이름이 나오는데, 향후 계획은?

"덕분에 나도 가끔 대선후보로 나온다(웃음). 강원도에서도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열망이 있지만, 나는 (대선후보는) 아닌 것 같다. 올림픽 지사로서 책임이 막중해 다른 데 눈 돌릴 여유가 없다."





[춘천=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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