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7 (목)

<'단돈 50만원'으로 선거 생방송 도전한 시민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민모임 '선거파티'…"파티는 계속될 것"

연합뉴스

'더 개표 라이브'를 주최한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전국 단위 개표 생방송 '더 개표 라이브'를 주최한 시민모임 '선거파티'의 방준영(28), 서정우(44)씨. 2014.6.16 tsl@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는 최첨단 그래픽을 곁들인 TV 개표 방송만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의미 있는 또 다른 도전이 시민들의 손에서 탄생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인 '선거파티'가 서울, 인천, 수원, 부산 등 전국 30여곳의 개표소에서 유튜브를 이용해 12시간에 걸친 개표 생방송을 내보낸 것.

16일 선거파티에 따르면 이들은 서울 서대문구의 한 스튜디오를 빌려 '메인 스튜디오'를 만들고 전국 각지의 개표 상황을 생중계하는 '더 개표 라이브'를 방송했다.

'사상 최초 시민 개표방송'임을 내세운 이들의 유튜브 방송에는 총 1만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몰렸다.

그러나 이 방송에 들어간 비용은 불과 50만원. 거창한 장비 없이 80여명의 시민 참가자들이 참관인 신청을 하고 개표소에 들어가 휴대전화와 3만원짜리 웹캠을 이용해 영상을 내보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를 주도한 선거파티의 서정우(44)씨와 방준영(28)씨는 "만족스러운 '파티'였다"며 "기존 TV 위주 개표 방송에서 벗어나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쇼'를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이들은 기존 TV 개표 방송이 '누가 당선되느냐'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개표 과정의 공정성은 도외시한 점에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서씨는 "선거가 일단 끝나면 개표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해도 별 소용이 없다"며 "그래서 직접 현장을 보여주고, 문제가 생기면 그 자리에서 지적해야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선거파티는 실제로 서울의 한 개표소에서 투표지 분류기가 박원순 후보를 선택한 100여장의 투표지를 무더기로 '미분류'로 처리하는 장면을 포착해 방송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참관인들의 지적에 따라 이 투표지들은 수작업을 통해 정상적으로 분류됐다.

선거파티는 지난 1월 IT 업계에 종사하는 서씨가 "다중연결 인터넷 방송을 선거 시민운동에 접목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해 추진됐다.

서씨는 함께 할 인원이 부족해 고민하던 중 지난 5월 투표 독려운동을 계획하던 방씨를 만나 선거를 불과 9일 앞두고 부랴부랴 팀을 꾸렸다.

방씨는 "선거 전 1주일 동안은 한 참가자의 집에서 거의 숙식을 하며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벌이며 방송을 준비했다"며 "방송이 선거 다음 날 새벽 5시가 넘도록 이어졌지만 힘들다기보다는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도 개표 방송을 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방씨는 "단순한 투표를 넘어 선거 과정 전체를 즐겁게 감시하는 것 또한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라며 "앞으로도 '파티'는 계속되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tsl@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