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5 (토)

내전 번지는 이라크… 미 ‘드론 공습’ 딜레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수니파 무장단체 바그다드 130㎞ 앞 진격… 이라크, 공습 요청

미군 철수 3년 만에… 이란·시리아와 동맹 우려에 고민 커져

미국의 ‘이라크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의 준동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ISIL이 무서운 기세로 수도 바그다드 턱밑까지 진격해 오자 백악관은 이라크에 무인기(드론) 공습을 시작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AFP통신은 12일 “이라크군이 ISIL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백악관이 이라크 드론 공습 방안까지 숙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만약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처럼 이라크에서도 드론 공습을 재개한다면, 이는 가장 ‘극적인 변화’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향신문

미국은 2011년 철군 이후 이라크 사태에 다시 개입하는 것을 꺼려왔다. “이라크는 이제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롭다”고 승전을 선언하며 3년 전 이라크에서 완전히 발을 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철군 후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시킨 ISIL 거점 지역을 공습해달라는 이라크 정부의 요청을 계속 무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지난 3월과 5월 이라크 정부가 백악관에 무인기 또는 유인기로 ISIL의 기지를 공습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이를 계속 거부해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다른 나라의 분쟁에 직접적인 개입을 최소화하고 각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군사력을 증강시킬 수 있도록 측면지원만 하겠다는 ‘오바마 독트린’과 맥을 같이한다.

하지만 지난 1월 팔루자와 라마디를 장악한 ISIL이 10일 이라크 제2도시인 모술과 바이지, 티그리트를 차례로 점령한 데 이어 바그다드에서 약 130㎞ 떨어진 사마라까지 진격해 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ISIL은 이미 중앙정부 관할 지역의 30%를 사실상 장악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의 군부세력까지 ISIL에 속속 가담하고 있다. 반면 이라크 정부군은 ISIL의 공격을 받자마자 무기를 버리고 도망갈 정도의 ‘오합지졸’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수만명이 희생된 2006~2007년과 같은 전면적인 내전으로 발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다급해진 이라크 정부는 쿠르드 자치정부에 ISIL에 함께 맞서 싸워달라고 요청했지만, 쿠르드족은 알말리키 정부에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라크군이 ISIL을 피해 기지를 버리고 대피한 틈을 타 쿠르드 보안군이 북동부 유전지대 키르쿠크 장악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만약 미국이 이라크의 도움 요청을 계속 거부할 경우 이라크 정부가 같은 시아파인 이란·시리아와 동맹을 맺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실제 이란은 모술이 함락되자 즉각 이라크에 도움을 주겠다고 손길을 뻗쳤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ISIL을 저지하기 위해 이라크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후 즉시 국가최고안보위원회를 소집했다.

외신들은 미국 정부가 이라크에 어떤 방법으로, 어느 수준까지 개입할 것인지를 놓고 다양한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이 아직까지는 지상군 투입 등 직접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이라크 군사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포린폴리시는 “지금은 사실상 3차 이라크 전쟁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며 “유일한 해법은 미국이 직접 군사개입에 나서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