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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단체장 교체 후폭풍…'대형 지역사업' 줄줄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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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위해 기본설계 용역을 준비하던 대전시는 최근 관련 절차를 잠정 중단했다. 지난 6ㆍ4 지방선거에서 새 시장이 당선되면서 건설방식 변경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는 선거 전인 지난 4월 고가 방식 자기부상열차로 결정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권선택 시장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고가 자기부상열차는 도시 경관을 훼손하고 안전과 건설비용에도 문제가 있다"고 부정적 의견을 폈다.

권 당선인이 대안으로 내세운 것은 노면전차(트램) 방식. 그는 당선된 직후인 지난 5일에도 "트램 실행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소속 염홍철 현 시장은 지난 9일 "자기부상열차 건설 방식과 기종 선택은 교통전문가와 시민의 뜻을 최대한 수렴해 결정했기 때문에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시는 2012년 11월 2호선 건설에 대한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되자 자기부상열차와 트램 방식을 놓고 15개월 동안 여론 수렴과 현장 조사를 거친 끝에 자기부상열차를 선택했다.

6ㆍ4 지방선거로 단체장이 교체된 전국 시ㆍ도에 '후폭풍'이 일고 있다. 대전처럼 새로 당선된 단체장이 전임자가 결정한 정책을 뒤집거나 예산 배정 우선순위를 새로 매기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광주도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선수촌 건립을 두고 윤장현 시장 당선인이 강운태 현 시장의 정책을 수정할 태세다.

강 시장은 선거를 앞둔 지난 3월 "수영대회 선수촌을 광주 5개구에 도심 재개발 방식으로 분산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수영연맹이 요구한 선수촌 규모는 6000가구다.

강 시장은 "1500가구 규모의 챔피언십 선수촌은 대회 개최 장소(광산구)와 가까운 곳에 건립하고 수영 동호인 등 가족 단위로 참가하는 마스터스 대회 선수촌 4500가구는 4개구에 분산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대규모 선수촌 건설을 선심성 공약이라 비난하고, 사업 철회를 주장했다. 윤 당선인은 "6000가구 규모의 선수촌을 지을 경우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거대 토건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것이 광주 발전을 위해 필요한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인수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지만 윤 당선인 생각은 매우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은 송영길 시장 시절 중단되거나 취소된 사업들을 재평가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도시재생사업에서 대대적 변화가 예상된다. 송 시장은 무분별한 구도심 개발을 막겠다며 지금까지 약 70여 개 정비구역 해제를 추진했다. 주거비와 보육비 걱정이 없는 '누구나 집' 5만가구 공급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모두 원점에서 검토될 전망이다. 유 당선인은 도시재생사업추진본부를 만들어 구도심 맞춤형 개발을 활성화하고, 개발에 필요한 재원은 도시개발특별회계를 설치해 마련할 계획이다.

새 단체장들이 공약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 시ㆍ도 간 갈등이 격화할 가능성도 크다. 선거 당시 동남권 신공항 공약이 난무했던 부산 대구 경북 경남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가덕도 신공항 건립을 최대 공약으로 내세우고 "신공항을 유치하지 못하면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까지 했다. 이에 대해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인은 "신공항 입지가 정략화되면 시장직을 걸겠다"고 맞받아쳤다. 수도권과 충청권의 대립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당선된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인과 유정복 인천시장 당선인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수도권 규제 관련 법령 개선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남 당선인은 낙후 지역을 수도권에서 제외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해 본격적으로 낙후 지역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유 당선인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경제자유구역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고 시장 산하에 규제개선단을 만들어 법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시종 충북지사 당선인과 권선택 대전시장 당선인 등 새정치민주연합 충청권 단체장들은수도권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조한필 기자 / 박동민 기자 / 지홍구 기자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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